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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성숙한 사랑, <굿바이 솔로>

<굿바이 솔로>. 대단히 쿨할 것 같은 이런 제목의 이 드라마는 하나도 쿨하지 않다.

“개나 소나 쿨…. 좋아하시고들 있네.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 언제나 쿨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나는.”

쿨하게 만나고 쿨하게 헤어지잔 호철(이재룡)과 미리(김민희)의 대화를 보며 영숙(배종옥)은 생각한다. 심지어 미리에게 말한다.

“진짜 쿨한 건 뭐냐면, 진짜 쿨할 수 없단 걸 아는 게 진짜 쿨한 거야. 좋아서 죽네 사네 한 남자가 나 싫다고 하는데, 오케이 됐어 한방에 그러는 거, 쿨한 거 아니다. 미친 거지.”

노희경이 극본을 쓴다고 할 때부터 예상됐던 거지만, 이 드라마는 역시 노희경표다. 한없이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을 지닌 얄팍한 인물들만 나오는 여느 드라마와 사뭇 다르다. 한없이 손으로 다독여주고 싶은 등짝을 지닌 짠한 인물들이 나온다. 그렇다고 그들이 매번 눈물 콧물 다 짜고 앉아서 청승을 떠는 것도 아니다. 겉으론 멀쩡하다. 사람들 사는 게 그런 것처럼. 겉으론 잘나가는 회사의 중역이기도 하고, 멀쩡하게 잘나가는 조폭 두목이기도 하다. 또 흔히 보는 것처럼 멀쩡한 카페에서 일하는 바텐더에 월급 사장에 아티스트다. 그런데 그들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면, 거기엔 악다구니와 온갖 아픔과 사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인간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선무당이 사람 잡듯이, 철학박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언뜻언뜻 인간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듯이, 이 드라마 속 인간들이 그렇다.

더구나 재벌 2세에 왕자 공주가 등장해, 정말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 데려다 찍은 영화 같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고 앉았을 때, 노희경표 드라마는 묵묵히 사람 이야길 한다. 정말로 사람다운 사람 이야길 한다. 이러니 이 드라마를 보다가 다른 드라마를 보면, 소재는 같은 ‘사랑’일지라도 유치원 학예회 구경 간 느낌이다. 주인공은 절절한 척 구는데, 절절한 척 굴기 위해 갖은 아양을 다 떠는 음악만 넘친다. 화면 때깔 아름답게 만들고, 죽여주는 음악만 깔아주면 된다고 생각하는 오버와 오만만 넘친다.

“다행이다. 첫사랑은 처음이란 뜻밖에 없는 건데, 텔레비전 보면 온통 첫사랑 땜에 목매는 거 비현실적이라 싫었거든.” 아무래도 노희경의 대변인 같은 영숙이 말한다. “두번 세번 사랑한 사람들은 헤퍼 보이게 하잖아. 성숙해질 뿐인데.”

그러게 말이다. 그래서 다른 드라마가 첫사랑에 목매달 때, 이 드라마는 성숙해진 사랑 이야기를 조근조근한다. 리얼하게. 드라마 속 대사처럼, 정말로 “사랑은 안 변하지만, 사람 맘은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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