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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난니 모레티, 21년 만에 TV에 출연한 사연

현 이탈리아 총리에 관한 신작 <일 카이마노>로 각계의 관심 모아

<일 카이마노> 포스터

5년 전 <아들의 방>을 마지막으로 돌연 정치계에 뛰어들었던 이탈리아 영화감독 난니 모레티가 새 영화 <일 카이마노>로 이탈리아 관객과 만났다. 지난 2월24일 개봉한 영화 <일 카이마노>는 현 이탈리아 총리를 비유한다라는 말이 떠돌며 개봉 이전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개봉시기를 문제 삼았던 중도좌파 야당은 이 영화가 4월9일 있을 총선에서 중도우파 여당에 더 많은 표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관객이 중도우파 여당의 당수인 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에 관한 영화에 거부감을 품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민감한 시기를 보내고 나서 영화를 개봉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중도좌파 야당의 주장에 난니 모레티는 “1년 전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 결정한 영화 개봉 시기를 총선 때문에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거절했다.

한 나라의 총리를 영화화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2000년부터 5년 동안 총리를 맡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4월9일 총선을 앞두고 언론으로부터 애초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총선을 앞둔 이탈리아 언론들은 현 총리와 그의 여당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난니 모레티는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어떻게 총리가 되었는가? 3개의 방송사를 운영하고, 출판과 신문을 장악하고 있는 그가 가진 돈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난니 모레티는 자질구레한 설명을 접어두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돈뭉치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리고 “베를루스코니가 돈이 많은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사람들 이름을 빌려 스위스 은행에 돈을 분산, 저금했는데 이 돈들은 하늘에서 쏟아진 것만은 아닐 거야. 마피아의 돈이다”라고 답을 내리고 있다. 영화는 이혼의 고통과 이탈리아영화에 대한 사랑도 말하고 있다. 두 아들을 둔 영화 속의 영화제작자는 이혼을 경험하며 뼈아픈 상실의 시대를 체험하고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 아내와 두 아들에게서 멀어져야 한다. 난니 모레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이탈리아의 현실을 영화를 통해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모레티는 텔레비전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영화 개봉과 함께 21년 만에 <케 템포 파>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 카이마노>는 코미디도 아니고 정치영화도 아니고 단지 영화일 뿐”이라고 답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정치인들이 좋아하든 말든 그것은 영화를 보는 시각에 따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거나 다름없다”고도 했다. 4년 전 영화를 뒤로하고 ‘지로톤도’라는 대열에 앞장서 “정의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야 한다”, “방송 독점을 반대한다”를 외치던 그가 지금 다시 감독으로 돌아온 것에 이탈리아 관객은 연일 전 좌석 매진이라는 관심으로 응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이르면 칸영화제에서 세계 언론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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