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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단순한 웃음, <핑크 팬더>
김나형 2006-04-11

프랑스와 중국의 축구 경기일, 프랑스 축구팀 감독 이브 글루앙이 살해된다. 그의 목엔 독침이 박혀 있었고 그가 끼고 있던 핑크 팬더 다이아몬드 반지는 사라졌다. 경찰 총감 드레이퍼스(케빈 클라인)는 사건을 해결해 명예를 얻으려 한다. 허영심이 강한 그는 자신의 활약을 돋보이게 하려고, 사건을 해결치 못할 무능한 전임자를 물색한다. 그 주인공으로 간택된 경찰관 클루조(스티브 마틴)는 이브의 약혼녀 자니아(비욘세 놀스)와 연적 비쥬를 용의자로 삼고 뜻모를 수사를 시작한다.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의 <핑크 팬더> 시리즈는 1963년부터 1993년까지 8편의 영화로 제작된 탐정물이다. 시리즈의 첫편인 <핑크 팬더>는 다이아몬드를 가진 공주, 매력적인 도둑, 공범자들 그리고 형사 클루조가 벌이는 소동을 그린다. 도둑을 잡겠다면서, 자신의 아내가 도둑의 애인인 줄도 모른 채 속고 부딪치고 넘어지는 클루조(피터 셀러스)는 연민과 웃음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클루조를 주인공으로 6편의 영화를 만든 에드워즈는 피터 셀러스가 심장병으로 죽은 뒤 다른 배우들과 시리즈를 이어보려 했지만, 피터 셀러스의 그림자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가 없는 마지막 2편은 호응을 얻지 못했고, 결국 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2006년의 <핑크 팬더>는 이 유명한 시리즈물에서 ‘핑크 팬더 도난사건을 추적하는 클루조’라는 설정을 가져왔다. 큰 기대없이 가볍게 즐길 생각이라면 나쁘지 않지만, 옛 시리즈물의 연장으로 기대한다면 큰 실망이 따른다. 2006년의 <핑크 팬더>가 던지는 웃음은 가볍고 단순하다. 인물들의 스텝을 정교하게 꼬이게 하던 돌발상황이 사라지고, 클루조의 바보스러운 원맨쇼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끌어간다. 스티브 마틴이 프랑스 억양으로 우스꽝스러운 영어를 구사하는 거만한 바보를 연기하는 것도 볼만은 하다. 그러나 어수룩하지만 진지하고 열심인 옛 클루조를 사랑했던 이들의 눈에 ‘책에나 등장할 법한 저능한 인물’로 묘사된 새 클루조는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비욘세 놀스를 기대한 이들에게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니아는 다이아몬드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인물이지만, 캐릭터의 성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적다. 사건의 핵심 인물과 상관없이 극이 전개된다는 사실은 이 영화의 드라마가 그만큼 허술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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