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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정도면 10년을 봤어야지”
2001-08-22

<엽기적인 그녀>로 재기한 (주)아이엠픽쳐스 대표이사 최완 (2)

+ 1년에 몇편 정도를 제작하거나 수입·배급할 생각인가.

= 수입은 재미없다. 한국영화를 하되, 1년에 최대 4개나 5개다. 아다시피 여기저기서 투자도 모아야 하고 마케팅도 해야 하고 캐스팅도 해야 한다. 요즘 캐스팅이 장난이 아니다. (웃음) 4개 하면 정말 정말 잘하는 것 같다. <달마야 놀자> 하고 있는 KM컬처 있지 않나. 앞으로 구본한 프로듀서하고 씨네2000의 이춘연 사장이 그리 합류할 거다. 그러면 거기서 나오는 영화의 배급라인은 아이엠을 탈 것이다. 아이엠에서 자체적으로 투자하는 영화는 물론 우리가 배급하고, 그렇게 해서 괜찮은 배급사가 될 것이다. 그전에는 조심스럽게 할 생각이다. <달마야 놀자>는 우리가 배급하지 않는다.

+ 시네마서비스가 배급사인데, 또다른 배급사에 투자를 해서 그 배급사가 라인업을 갖도록 한다는 게 특이하다.

= 특이한 것도 있지만 자연발생적이다. 왜냐? 시네마서비스는 워낙 인하우스 프로덕션이 많지 않았나. 좋은영화도 있고 쿠앤, 씨앤, 씨네2000…. 그걸 다 거느리고 있을 수가 없다. 시집을 보내야 하는데, 시집 보낼 데가 KM컬처다. 그러면 KM컬처에서는 시네마서비스에다 배급을 맡길 수 있는데 시네마서비스는 물건이 많으니까, 또 믿을 수 있는 데가 어디 있을까, 하다 보니까 우리가 된 거다. 그리고 한국영화 중심 배급사가 2∼3개 정도 있어도 괜찮겠다고 판단이 선 거다.

+ 한국영화가 요즘 점유율 40% 시대를 맞고 있다.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낙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 1년에 60개 작품이 있다면 그중 10개만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있다. 나머지 50개는 어디로 가나? 다 죽은 거 아닌가. 5일근무제다, 멀티플렉스다, 요금도 올린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되는 영화는 크게 되고 안 되는 건 망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스크린쿼터도 오래가겠나? 제작비가 200%쯤 올랐으며 비디오시장도 30% 줄었고, 결국 극장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러니 마케팅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17억원짜리 영화에 마케팅비 8억원을 들여 25억원을 썼다고 하자. 서울 30만명이 손익분기점인데, 30만명 들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영화 흥행이 잘 안 되면, 금융자본이다 펀드다 하는 것이 지금 많은데, 대부분 사람들이 돈을 잃고 있게 된다. 계속 이런 식이면 펀드가 없어질 것이다. 그러면 충무로 사람들에게 돈이 어디 있나? 펀드하고 영진위에서 조금 도와주는 거 갖고 하는 건데. 자금이 가장 큰 문제다. 영화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해외시장을 노린다지만 어디 해외에 팔리긴 하나? 한국에서 빅히트하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이 정도나 팔리지. 펀드 없어지고 금융회사 빠지면 정말 돈이 없어질 거다.

+ 금융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는 건가.

= 엄청 많다. <친구>가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그러면, 나도 이런 거 하고 싶다고 생각 안 하겠나. 여름 성수기에도 <신라의 달밤>하고 <엽기적인 그녀> 등이 치고 나간다, 이런 게 신문에 나지 않나. 그러면 일반사람들이, 금융기관에 있는 사람들도 일반인 아닌가, 그 사람들이 완전히 이건 금 줍는 거구나, 이자율 대비하면 엄청난 거구나,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확률이라는 건 엄청나게 낮은 거다. 근데 혹시 돈을 댔는데 어쩌다 안 되는 작품만 걸렸다 그러면 돌아서는 거다. 그래서 예를 들어 금융회사가 3개 남는다고 치자. 지금 1700억원이 영화판에 돌아다닌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모르겠지만. 돈 많다는데 나는 아무리 많이 봐도 돈이 없더라. 돈 당기느라 나는 정말 욕봤다. (웃음) 1천억, 2천억원 되는 것들이 500억원으로 줄어버린다, 그럼 몇 작품 하겠는가. 그런 시대가 올 것을 항상 대비해야 할 것 같다. 40%, 50%, 그런 얘길 할 게 아니라.

+ 영상사업단 해체하고 나서 삼성쪽에서 후회를 많이 했다고 하던데.

= 글쎄, 나는 못 들었다. 그리고 해봤자 때는 늦으리지, 뭐. CJ가 잘되는 걸 보고 별로 좋진 않겠지. CJ를 별로 안 좋아하니까. 뭘 하면 한 10년은 내다보고 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하니까….

+ 10년을 내다보면 아이엠은 어떻게 할 건가.

= 나는 10년을 못 내다본다. (웃음) 나는 내일도 못 내다본다. 삼성 정도면 10년을 봐야지. 나는 스텝 바이 스텝이다. 꿈만 크다고 되는 건 아니다. 좌우지간 저 집 가면 돈은 잘 안 떼인다, 계산은 정확하게 해주더라, 흥행이 별로 안 돼도 크게 손해를 안 보더라, 그런데 한방 되면 크게 벌더라, 그것만 소문이 나면 된다, 나는. 딴 건 소용없다. 그것만 소문나면 자금도 원활해질 거고 배급도 원활해질 거다.

+ 대박을 터트리고 나면 영화사들이 조금씩 달라진다. 강제규필름이나 명필름이나 다들 사업을 벌이는 추세인데 아이엠은 어떤가.

= 명필름이나 강제규필름은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 그러는 거고, 나는 그런 능력이 없다. 또 나는 옛날부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배우도 잘살아야 하지만 프로듀서도 잘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필요하면 프로듀서가 자기 돈도 투자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그래서 나는 돈이 좀 남으면 제작자한테 많이 주려고 한다. 그러면 제작자는 감독하고 스탭한테 돈을 많이 주고…. 그래야 좋지, 돈 투자했다고 다 걷어가버리면 제작사는 늘 거짓말을 하게 된다. 거짓말하는 것은 돈이 없어서 그렇다. 그들이 좀 풍성하게 살게 되면 거짓말을 안 할 거다. 투자하려는 일반인들이 영화계는 못 믿는다고 그러는데, 제작자들이 잘살면 그런 풍조도 없어질 것이다. 비행기 타고 다니고 자가용 타고 다니고 그래야지, 만날 택시만 타고 다니니…. (웃음)

글 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

최수임 기자 sooeem@hani.co.kr

사진 오계옥 기자 klara@hani.co.kr

▶ <엽기적인 그녀>로 재기한 (주)아이엠픽쳐스 대표이사 최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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