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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빠지는 탐정 코미디, <핑크 팬더>
문석 2006-04-21

프랑스 축구 대표팀이 극적인 승리를 따낸 뒤 환호하고 있을 때, 감독 글루아가 목에 독침을 맞은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게다가 손가락에 끼고 있던 ‘핑크 팬더’라는 이름의 거대한 다이아몬드 반지 또한 사라졌다. 국민훈장에 목마른 드레퓌스 총감(케빈 클라인)은 시골 촌뜨기 형사 클루조(스티브 마틴)에게 이 사건을 맡겨 그를 파멸시킨 뒤, 나중에 사건을 해결하면서 훈장을 받으려 한다. 드레퓌스는 클루조 옆에 과묵한 형사 포통(장 르노)을 붙여 감시하게 한다. 좌충우돌 클루조가 사건의 본질보다 글루아의 연인이었던 자냐(비욘세 놀즈)에 빠져 있을 때,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핑크 팬더> 시리즈

이 영화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과 피터 셀러스 콤비의 <핑크 팬더> 시리즈는 우연히 탄생했다. 첫 작품인 <핑크 팬더>는 1963년 만들어졌는데, 애초 주인공은 클루조 형사가 아니라 도둑 찰스 리튼경(데이비드 니븐)이었다. 사실, 클루조는 피터 유스티노프가 맡을 예정이었는데, 촬영 1주일을 남기고 그가 돌연 출연을 거절하는 바람에 에드워즈 감독은 누군지도 잘 모르는 셀러스를 기용해야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탁월했다. <로렐과 하디> 시리즈의 스탠 로렐을 좋아했던 셀러스는 탁월한 코믹연기와 감각적인 애드리브를 구사했고, 영화 촬영이 끝날 무렵이 되자 이 영화의 주연은 당연히 셀러스의 클루조 형사로 바뀌었다. 둘째 시리즈인 <핑크 팬더2: 어둠 속에 총성이>는 월터 매토가 주연한 연극을 원작으로 삼은 심각한 드라마였다. 형사 역을 맡기로 했던 셀러스나 연출을 하게 된 에드워즈나 이 영화를 하기 싫었고, 결국 제작자를 설득해 클루조 형사의 코미디로 내용을 바꿨다. 이후 <핑크 팬더4: 핑크 팬더의 역습> <핑크 팬더5: 핑크 팬더의 복수> <핑크 팬더6: 핑크 팬더의 추적> 등 시리즈가 나왔고, 대부분 큰 성공을 거뒀다. 병적인 성격의 셀러스는 항상 에드워즈 감독과 사이가 나빴지만, 1980년 사망한 뒤 <핑크 팬더6: 핑크 팬더의 추적>(1982)에 사전에 촬영된 화면으로 등장하며 '유작'으로 기록했다.

만화 캐릭터의 등장 또한 우연이다. <핑크 팬더>를 다 찍은 에드워즈는 애니메이터인 데이비드 패티에게 연락해 영화 제목인 핑크빛 팬더를 캐릭터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한다. 사실, 이렇게 제작된 캐릭터는 고작 편지지와 명함에만 사용됐지만, 다시 몇 달 뒤엔 오프닝 시퀀스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 캐릭터는 결국 영화만큼이나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고, 100편이 넘는 단편애니메니션으로 제작돼 현재까지도 헨리 맨시니의 주제음악과 함께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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