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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에게 닥친 최고난이도의 ‘위기’, <미션 임파서블 3>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매력은 단순하다. ‘불가능한 임무’라는 제목 그대로, 이단 헌트가 처한 상황은 언제나 극한이다. 스파이 업무가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단 헌트의 상황은 제임스 본드처럼 여유롭지 않다. 007 시리즈가 낭만적인 스파이영화라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일종의 스파이 극기훈련 코스다. 함정에 들어가거나 이중간첩으로 몰리는 것 정도는 익숙한 일이고, <미션 임파서블3>에서는 일상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위험에 직면한다. ‘누구나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는 큰 도전과 맞닥뜨린다. 이 문제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톰 크루즈의 말처럼, <미션 임파서블3>에서는 가정을 지키기 위하여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극적인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한 인간에게 닥친 ‘위기’라는 점에서 본다면, <미션 임파서블3>는 최고의 난이도라 할 수 있다.

약혼녀 줄리아(미셸 모나한)와 결혼을 앞둔 이단(톰 크루즈)은 현장에서 물러나, IMF의 신입 요원들을 교육시키게 된다. 하지만 이단이 가장 신임했던 요원인 린지가 위험에 처하자 주저없이 베를린으로 향한다. 구출에는 성공했지만, 린지는 목숨을 잃는다. 린지가 쫓던 용의자는 전세계 모든 국가와 단체에 불법 무기를 제공하는 오웬 데비안이다. 린지는 오웬의 행적이 담긴 정보를 마지막으로 남겼고, 이단의 팀은 바티칸에서 오웬을 체포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IMF 내부에는 첩자가 있었고, 전투기까지 동원하여 탈출에 성공한 오웬은 줄리아를 납치하여 이단을 불러낸다.

<미션 임파서블3>는 노골적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바로 이단과 줄리아가 묶인 채로 마주보고 있고, 오웬은 줄리아의 머리에 총을 겨누는 장면이 나온다. ‘토끼발’이 있는 장소를 대지 않으면 줄리아를 죽이겠다는 오웬의 고함에, 애원도 하고, 협박도 하고, 거짓말도 하며 어떻게든 줄리아를 구하려는 이단의 발악이 맞선다. 그러나 오웬은 보통 악당이 아니라, 동정과 연민 같은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냉혈한이다. 올해 아카데미상을 받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 연기하는 오웬 데비안의 캐릭터는, 아주 강렬하다. 많은 것을 보여주지는 않으면서도 캐릭터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오웬을 체포한 이단은 묻는다. ‘토끼발’이 무엇이냐고. 하지만 오웬은 대답은커녕 질문만 거듭한다. 애인이나 아내는 있나? 그녀를 잡아서, 그녀가 보는 앞에서 너를 죽여주겠다, 라고. ‘대답없는 너’ 게임처럼 이단과 오웬은 서로 질문만 계속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오웬이 어떤 인간인지 알려준다. 오웬의 관심은 오로지 자기를 모욕한 자에 대한 복수심뿐이고, 나머지는 비즈니스다.

이단 헌트는 제임스 본드에 비하면 사실적이지만, 딱 거기까지다. <본 아이덴티티>의 제이슨 본에 비하면 이단 헌트는 슈퍼히어로에 가깝다. 게다가 가정까지 갖고, 그걸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단의 모습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그것이 또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이끄는 힘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미션 임파서블>은 철저한 고립과 의심 속에서 번민하는 이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브라이언 드 팔마가 다른 영화들에서 보여주었던, 광기에 사로잡힌 현대인들과 다르지 않았다. 이단 헌트는 최고의 스파이에서,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이에게 배신당한 추레한 낙오자가 되어 있었다. 1편은 현대인의 한 전형으로서의 이단 헌트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낭만적인 오우삼 감독을 거쳐 <로스트>와 <앨리어스>를 만든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 연출한 <미션 임파서블3>까지 오면 이단 헌트는 ‘완벽한’ 스파이, 아니 인간이 되어 있다. <트루 라이즈>가 뻔한 거짓말을 진짜라고 태연하게 눙친 것과는 달리, <미션 임파서블3>는 모든 것이 진짜라고 정색하면서 보여준다. 다행히도 J. J. 에이브럼스의 연출력은 그 허구를 그럴듯하게 꾸며내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중반까지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액션장면의 연속은, 관객이 다른 생각을 품지 않게 만든다. 오로지 보고, 즐거워할 수 있게 한다.

칭찬부터 하자면, <미션 임파서블3>는 개성적인 액션이 줄줄이 이어진다. 4명의 팀원이 역할을 분담하여 침입이 불가능한 지역에 교묘히 잠입하는, 바티칸에서 벌어지는 오웬의 체포 작전은 전통적인 ‘미션 임파서블’ 스타일이다. 아주 작은 것 하나만 삐끗해도 모든 것이 어그러지는 상황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진행된다. 반면 오웬의 구출작전은 격렬한 전쟁터의 전투를 보는 것 같다. 긴 대교를 지나가던 호송 행렬은, 전투기가 나타나 미사일을 쏘아대면서 아수라장이 된다. 상하이의 액션장면은 익스트림 게임을 보는 듯하다. 80m 높이의 고층빌딩에서 오로지 줄 하나에 몸을 매달고 다른 빌딩의 옥상으로 날아가는 광경은 짜릿한 볼거리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액션 연기를 톰 크루즈가 직접 했다는 것이다. 위험한 스턴트 장면에서도 대역을 쓰지 않은 채 직접 연기하는 톰 크루즈의 열성 덕에 <미션 임파서블3>의 액션은 대단히 박진감 넘친다. 모든 것을 직접 했던 성룡에 견주기는 아직 이르지만, 톰 크루즈의 성실성 하나는 분명히 인정받을 만하다.

<뉴욕타임스>에서 ‘TV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유쾌한 이야기꾼’이라는 평을 받았던 J. J. 에이브럼스는 <미션 임파서블3>를 흥미진진한 블록버스터로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그 이상은 없다. 임무 수행 중에 싹트는 사랑이 아니라 ‘진실한’ 러브스토리를 중심에 세우긴 했지만, 사랑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짓는 클라이맥스는 오히려 억지스럽다. 내부의 첩자가 밝혀지는 과정 등도 <앨리어스>보다 덜 흥미롭다. 보는 동안은 정신없이 화면에 집중하고 액션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미션 임파서블3>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죽도록 고생해서 결국 가정을 지킨다, 라는 식상하면서도 ‘톰 크루즈’다운 영화에 그친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3>가 시리즈물로 계속 인기를 얻으려면, 다시 한번 톰 크루즈의 상식을 뛰어넘는 비전을 가진 감독이 등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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