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리얼타임 영화, <식스틴 블럭>
김현정 2006-05-03

알코올의존증에 다리까지 불편한 형사 잭(브루스 윌리스)은 마지못해 증인 호송 임무를 떠맡는다. 잭은 증인인 흑인 청년 에디(모스 데프)가 쉴새없이 떠드는 소리에 짜증을 내지만, 16블럭만 가면 에디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킬러들이 잭의 자동차를 습격하면서 사건은 복잡해진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잭은 에디가 경찰 내부 비리를 증명할 증인이고, 20년 넘게 파트너였던 프랭크(데이비드 모스)와 동료들이 그 사건에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용기가 없어서 경찰 비리 증언을 거부한 적이 있는 잭은 에디를 무사히 법원에 데려가기로 마음먹지만, 경찰의 포위를 뚫고 가기엔 16블럭조차 멀기만 하다.

리얼타임 영화

<식스틴 블럭>은 영화 속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과 상영시간이 거의 일치한다. 잭은 두 시간 안에 에디를 법원에 데려가야 하고, 상영시간은 118분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영화로 <폰부스> <비포 선셋> 등이 있다. 조엘 슈마허의 <폰부스>는 공중전화 부스 안에 갇힌 남자가 얼굴 없는 저격수에게 위협받고, 마침내 부스 안에서 탈출하기까지 시간을 그대로 기록한다. <비포 선라이즈>의 속편인 <비포 선셋>은 파리를 돌아다니는 제시와 셀린느의 여정이 실제와 거의 일치하는 영화. 이미 오래 전에 서부극 <하이눈>은 장르영화로는 드물게 상영시간과 리얼타임을 일치시켰었다. 2000년 김기덕 감독은 <실제상황>을 상영시간과 리얼타임뿐만 아니라 촬영시간까지 통일한 영화로 기획했지만 도중에 촬영이 끊어져 삼위일체의 야심은 불발에 그쳤다.

미합중국 대표형사 브루스 윌리스

브루스 윌리스는 시니컬한 형사와 탐정을 두루 섭렵해왔다. TV 시리즈 <블루문 특급>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윌리스는 아내와 이혼하여 외로운 데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험한 사건에 휘말리는 <다이 하드>의 맥클레인 형사로 스타가 되었다. <라스트 보이스카웃>의 퇴물 탐정, 죄책감을 안고 사는 <스트라이킹 디스턴스>의 경찰, <호스티지>의 전직 협상전문가, <머큐리>의 전직 특수요원 등등이 그가 거쳐온 직업. 공무원 전문 배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브루스 윌리스는 언제나 삐딱하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남들과는 다른 공무원상을 창조해온 배우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