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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몰의 최근작, <레밍>

영화의 제목 <레밍>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만 서식한다는 쥐의 종을 가리키는 말에서 빌려왔다. 그 쥐가 프랑스 남부 어느 중산층의 집안에서 발견되면서 한 부부의 일상적 삶이 환상의 구역으로 들어선다. 첨단전자기업체 직원 알랭(로랑 뤼카스)은 아내 베네딕트(샤를로트 갱스부르)와 평안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사장 내외를 초대하여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부터 불안의 조짐이 보인다. 갑자기 사장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와 부인 알리스(샤를로트 램플링)가 식탁 앞에 앉아 부부싸움을 벌이며 초대자인 알랭 부부를 난처하게 만든다. 그즈음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알 길 없는 레밍의 시체가 집에서 발견되고, 사장의 부인 알리스는 이제 알랭을 유혹하려 한다. 그리고는 난데없이 알랭의 집을 찾아와 자살한다. 인물들의 정체는 애매해지고, 마치 서로 영혼이 뒤바뀐 양 그 관계가 복잡해진다.

<레밍>은 <당신의 영원한 친구, 해리>에 이은 도미니크 몰의 최근작이다. 2005년 칸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하다. 전작 <당신의 영원한 친구, 해리>에서 도미니크 몰이 다뤘던 내용은 여행길에 오른 한 가족이 오랫동안 못 보던 친구를 길에서 만나 동행하면서 점차 스릴러의 기운으로 빠져드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들이닥친 침입자 혹은 개입자 때문에 삶이 통째로 뒤바뀌거나 모호해지는 초현실적 이야기에 도미니크 몰은 다시 한번 관심을 두고 있다. <레밍> 역시 그런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누구나 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하지만, 비이성적인 것들은 그 인간을 통제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그게 바로 인간 본성의 일부다”라고 감독은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레밍>의 초현실성은 인간의 심성과 관계를 소재로 하였기 때문에 생기는 통제 불가능의 위험한 상태를 다루는 영화다. 그러나 감독의 변을 곧이곧대로 따르기에는 전반적인 긴장감이 농밀하지 않다. 프랑스의 유명 배우들인 샤를로트 램플링, 로랑 뤼카스,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강렬한 심리 연기를 펼치지만, 그것이 이 영화 전체의 약한 긴장감을 채우지는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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