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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시선이 돋보이는 소품 같은 느낌의 영화, <5X2>

이혼을 앞둔 부부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5X2>는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두’ 사람이 공유했던 ‘다섯’ 가지 에피소드(이혼, 결혼 생활의 불륜, 출산, 결혼식, 사랑의 시작)를 관객에게 제시한다. 다섯편의 단편영화가 묶여 있는 듯한 이 작품은 결별의 순간에서 출발하여 마치 에릭 로메르 영화의 주인공인 듯한 두 남녀에게서 사랑의 설렘이 출렁이기 시작할 때 영화를 끝맺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관객은 결별에 대한 직접적인 이유를 원하겠지만, 이는 프랑수아 오종의 관심이 아니다. 물론 <시트콤>과 <크리미널 러버> <8명의 여인들>을 연출한 오종을 염두에 둔다면, 이 결별의 과정에서 성적 무의식에 근거한 급작스러운 사건의 비약이 기이한 유머와 만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5X2>에서 오종이 참고하는 작품은 이들 작품이 아닌 자신의 최고작이자 가장 예외적인 작품인 <사랑의 추억>이다. 이는 남편 질(슈테판 프레이스)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마리옹(발레리아 브뤼니 테데시)과 <사랑의 추억>에서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린 남편과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자신이 취한 소재에 접근하는 오종의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5X2>에서 오종은 자신의 장기였던 돌발적 사건을 오히려 평평하게 다림질함으로써 이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단서를 제거해버린다. 실제로 각 에피소드의 사건들, 즉 부인 앞에서 동성애 섹스를 즐겼던 남편의 회상이나, 아버지 되기를 회피하려는 남편의 불안, 결혼 첫날밤 낯선 남자와 성행위를 하는 신부의 심리 등은 오종이 즐겨 다루는 중산층 가정의 정신분석학적 분석으로 나아가기에 충분한 사건들이다. 하지만 오종은 자신의 개입을 포기하고 이 사건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둔다. 오종은 자신의 관심사인 ‘중산층 가정의 불가능성’을 역설적인 방식으로, 달리 말해 삶의 균열을 들춰내는 것이 아닌 그로부터 눈을 멀게 만드는 일상의 두터움을 강조함으로써 보여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영화는 극적 사건이 사라진 자리에서 담담한 시선이 돋보이는 소품 같은 느낌의 영화가 되었다. <타임 투 리브>와 묶어 이 작품을 고려한다면, 오종이 어떠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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