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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특수효과로 만든 더 거대한 재난, <포세이돈>
김도훈 2006-05-24

역사상 가장 거대한 재난영화를 리메이크하는 방법은? 해답은 간단하다. 더 거대한 특수효과로 만든 더 거대한 재난이다. <포세이돈>은 1972년작 <포세이돈 어드벤쳐>를 새롭게 리메이크한 재난 블록버스터. 갑자기 몰려온 47m의 쓰나미로 말미암어 엄청난 규모의 호화 유람선 ‘포세이돈’이 북대서양 한가운데서 전복당한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수백명의 사람들은 중앙홀에 모여서 구조를 기다리지만, 도박사 딜런(조지 루카스)과 전직 뉴욕시장 로버트(커트 러셀)을 위시한 몇몇 사람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찾아헤맨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거꾸로 뒤집힌 유람선 속으로 이제 점점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들 중 몇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무엇이 원작과 달라졌나

1972년작 <포세이돈 어드벤쳐>는 70년대 재난영화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기념비적인 작품. 이후 등장한 재난영화는 모두 <포세이돈 어드벤쳐>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대지진> <타워링> <에어포트>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다수 재난영화들이 오스카 수상 경력으로 뭉친 초호화 성격파 배우들의 연기를 중심으로 엄청난 규모의 세트와 특수효과를 던지며 관객을 공략한다. 34년 만에 새롭게 등장한 <포세이돈>은 선배 재난영화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 촘촘히 짜인 이야기와 인상적인 캐릭터는 거의 거세된 것이나 마찬가지. 오리지널 영화에 도덕적이고 인간적인 고뇌를 더했던 진 해크먼과 셸리 윈터스의 명연을 대신하는 연기는 여기에 없다. 대신 <포세이돈>을 끌고가는 힘은 오리지널의 제한된 세트와 특수효과를 구닥다리처럼 보이게 만드는 특수효과의 스펙터클이다. 배를 침몰시키는 것이 해저지진에서 쓰나미로 바뀐 것도 오리지널에서 달라진 큰 변화 중 하나.

물에 능숙한 감독 볼프강 페터슨

볼프강 페터슨 감독은 물을 다루는데 익숙한 흔치 않은 상업영화 감독이다. 그는 1차 대전에 참여한 독일 잠수함 선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독일영화 <특전 U 보트>의 성공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했고, 이후에도 <퍼펙트 스톰>을 통해 ‘물’을 이용한 특수효과와 이야기를 제대로 결합할 줄 아는 능숙함을 과시했다. 사실 기술력의 최대치에 도달한 할리우드에서도 물에 도전한 감독은 결국 짠맛을 보게 된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정설이다. 세트를 만드는 데 엄청난 돈이 드는데다가 수중촬영의 난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케빈 레이놀스와 케빈 코스트너의 경력을 침몰시킨 장본인도 물이다. 두사람은 <워터월드>를 찍던 도중에 변덕스러운 바닷물을 통제하지 못해 세트를 여러 번 날려먹었고, 결국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말았다. 심지어 CG의 대가 제임스 카메론 마저도 <어비스>를 찍으면서는 “다시는 물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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