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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가요 톱10, 反 인기가요 20
2001-02-15

언더음악의 진수를 보여주마!

3호선 버터플라이 강아지문화예술 발매

눈을 씻고 다시 찾아보거나 아량(?)을 베풀어 인정을 해주려고 해도 ‘명반’은커녕 ‘걸작’조차 일년에 몇장 만나기 힘든 근자의 우리 대중음악 시장에서, 방향성마저 없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곡모음집’(나는 한국 오버그라운드 대중음악 시장의 앨범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표현하겠다)이라도 아니면 안도를 해야 하는 것일지….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 가요 톱 텐이나 인기가요 20 등과는 거리가 멀거나(?!) 인연이 없어서 여러분들이 듣도 보도 못한 그룹들이라 생각할 언더그라운드의 대표주자 세팀의 아주 실한 앨범들을 소개하겠다. 인디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해프닝성이나 빈약함 같은 선입견 요소 등도 일단은 삭제하는 게 좋을 듯싶다.

우선 먼저 소개할 밴드는 그룹명을 듣는 순간 강하게 와닿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3호선 버터플라이’(이들이 자신의 영문이름을 Orange Line Butterfly가 아니라 3rd Line Butterfly로 못 박 박고 있다는 데에서도 어느 정도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이다. 분명 신인은 신인인데 중량감 있는 멤버들의 결합으로 결성과정에서부터 일정 이상의 어드밴티지가 적용됐고 기대와 점수를 일정 이상 확보하고 들어간 부담감도 있는 팀이다. 흔히들 ‘마이너리그의 올스타 밴드’라 부르고 있는데 그 구성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맏형격으로 시인, 대중음악평론가, 기타리스트, VJ, MC, 가수 등 다양한 능력과 활동영역을 과시하는 성기완(토마토, 99 출신), <질주>라는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화제를 뿌리기도 했던 남상아(허클베리핀 출신), 준수한 외모의 소유자로 한국 록의 산증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박현준(시나위, H20, 삐삐밴드, 원더버드 등 출신), 끝으로 역시 시인이자 드러머인 김상우(코코어, 허클베리핀 출신)로 구성되어 있다.

남상아 특유의 카리스마적인 보컬을 앞세워 강한 기타 디스토션과 노이지 사운드를 바탕으로 그들의 꿈을 몽환적으로 표현해내는 이들의 음악은 소닉유스의 그것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겠지만 <꿈꾸는 나비>나 <울음고래> 등의 곡을 듣는다면 강렬한 사운드와 절제미를 바탕으로 시 한편을 낭독하는 듯한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다는 생각도 들 것 같다.

다음 소개할 팀은 “지독히 우울한 혹은 지극히 개인적인…”이라는 카피로 소개되고 있는 2000년 인디 계열 최고의 수확이자 가능성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넬(Nell)이다. 멤버 네명 모두 80년생이니 ‘어리다’는 단어가 딱 맞는 이들은 음악을 접하는 순간 그 모든 선입견과 인디에 대한 편견들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수준 높고 정통적인 영국 본토풍의 모던록을 구사한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밴드라면 역시 라디오헤드의 바로 그 사운드와 흡인력. 독창적인 보컬의 호소력 진한 창법에 어우러지는 강렬하면서도 매력적인 연주는 물론이고 <어차피 그런 거> 같은 곡은 델리스파이스의 <챠우챠우> 이래 단 다섯줄 정도의 반복적인 가사를 가장 효과적으로 가슴속에 박아놓는 묘한 재주가 있다. 프로듀서가 델리스파이스의 윤준호라는 점도 이들에겐 플러스 효과가 될 수 있겠지….

마지막으로 추천할 밴드는 ‘최고’라는 순수 우리말 의미인 인디계의 고참 고스락이다. ‘인디’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알려지던 그때부터 활동하던 이른바 1세대 인디밴드 중 하나인 고스락은 멤버 변동 뒤 다시 초기의 구성원으로 팀을 정비한 뒤 이제야 정규 앨범을 내놓게 된, 앨범과는 참으로 연이 없던 팀이었다. 탄탄한 연주력과 세련미를 강점으로 펑키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음악으로 ‘한국의 레드핫칠리페퍼스’라 불리던 이들은 이전 활동 중 미니 앨범을 겨우 하나 공개한 적은 있지만 지금은 사라진 앨범이 되어 이번 1집 "Monologue"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인디 탈피를 선언하며 록을 바탕으로 재즈, R&B, 보사노바, 펑키, 댄스 사운드까지 수용한 다양한 시도가 이번 앨범의 특성이자 다양한 감상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연륜에서 만들어진 저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성우진/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