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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과 천국이 여기에, <서울독립영화제 2005 수상작>
ibuti 2006-06-16

샹그릴라, 유토피아는 존재의 여지가 없는 가공의 이상향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낙원을 꿈꾼다. 그리고 어떤 영화는 천국이 여기 땅 위에 분명 존재하는 어떤 곳이라고 말한다. <서울독립영화제 2005 수상작> DVD에는 그런 낙원과 그런 영화가 있다. 김종관의 <낙원>은 이런 생각을 시작하게 만든 출발점이다. 그가 절뚝거리며 따라간다, 그녀의 치맛자락이 저만치 돌아선다, 바람이 분다, 어린 시절의 비눗방울처럼 천국은 그렇게 사라져간다. 정녕 깊은 한숨 없이는 그 옆에 눕기조차 힘든 걸작이다. <낙원>에서 가난한 남자로 분한 양익준이 주연과 연출을 맡은 <바라만 본다>에는 사랑하는 자에게 내비치는 어색한 감정 표현과 예쁜 미소 그리고 햇살에 빛나는 흰 이빨이 있다. 낙원에 도착한 자는 그런 모습일 게다. 이지상의 <십우도2-견적>은 땅으로 내려간 남자와 근심 가득한 여자의 편지를 통해 잃어버린 낙원을 복원하며, 최지영의 <산책>에서 아픈 어머니와 딸이 걷는 평범한 산책길은 천국의 정원이 부럽지 않다. 그리고 이유림의 <크레인, 제4도크>는 ‘모든 노동자는 천국에 가야 한다’는 고전적 믿음을 아직도 부여안고 사는 감독이 있다는 게 고마운 작품이다. 그런데 독불장군상을 받은 <얼굴 없는 것들>이 안 보인다(이유야 짐작하고도 남는다). 다섯개의 천국편 곁으로 한개의 지옥편이 붙어 있었다면 지난 ‘서울독립영화제 2005’의 모토인 ‘일취월장’이 더 살아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DVD의 상태는 너무나 단아하고 정적이니까. 부록으로 감독들과의 인터뷰(61분, 사진)를 수록했으며, 독립영화협회 사이트에서 구입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