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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휘둘리는 소년들에 관한 성장 통속극, <양아치어조>
정한석 2006-06-20

<양아치어조>는 단편 <장마> <어떤 여행의 기록>을 만들어 주목받았던 조범구의 첫 장편영화다. 영화는 여러 인물을 소개한다. 열아홉 먹은 주인공 익수(여민구)와 그의 친구들인 종태(김종태)와 떡팔(최석준), 돈을 갚지 못해 깡패에게 협박당하는 세탁소 중년 여주인, 또한 빚을 지고 도망치다 깡패에게 잡혀서 끌려다니는 젊은 여자 현진, 깡패가 낸 교통사고를 보고 무작정 막아서는 야구선수. 왜 이런 여러 인물들의 분산으로 시작하는지 처음에는 알기 힘들다. 필연이라는 망 안에 이들이 서로 얽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걸 알아채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과연 그 필연을 무엇이 연결하는지가 확실하지 않다. 익수의 어머니가 깡패의 차에 치어 세상을 뜨고, 그 보험금으로 익수가 강남에 집을 마련하고, 종태와 떡팔 역시 강남으로 넘어와 밑바닥에서 살기 위해 애쓰고, 깡패에게 끌려다니던 현진을 만나 익수가 사랑에 빠지고, 종태의 전셋집 주인이 세탁소 여주인이며 깡패와 대적하던 야구선수는 그 여주인의 아들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이 인물들의 필연성은 분명한 실체를 갖게 된다. 강력한 돈의 지배력이 만들어낸 먹이사슬의 연쇄가 그것이다.

영화에서 목소리로만 들려오는 누군가(안성기)는 익수와 종태와 떡팔을 가리켜 양아치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익수와 친구들은 양아치로 남을 마음이 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양아치란 돈없이, 폼내지 못한 채 구질구질하게 사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서울의 강북을 떠나 강남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그건 단순한 지리적 이동이 아니라 신분 탈퇴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는 일생의 좌표 설정이다. 그러나 익수와 친구들은 영화의 끝에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양아치 같은 쌍욕의 어조를 버리자고 다짐한다. 이때 그들은 양아치 같다는 것이 못사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깨달음을 얻는 <양아치어조>는 돈에 휘둘리는 소년들에 관한 성장 통속극이다. 비약적으로 맺어진 인물 관계의 무대는 부담스럽지만, 종종 그들에게서 현실을 보게 되는 순간에는 가슴이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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