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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쇼핑이 되나요, <쇼핑 걸>
ibuti 2006-06-27

재주 많기로 소문난 스티브 마틴은 간혹 글도 쓰는 모양이다. <쇼핑 걸>은 마틴이 쓴 중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의 내레이션이 앞뒤로 흘러나오는 한시적인 사랑 이야기 <쇼핑 걸>은 유명 중년 남자가 꿈꾸는 게으른 판타지 혹은 실제 경험담으로 보인다. 백화점의 복잡한 동선을 좇던 카메라가 베버리힐스의 귀부인들만 방문하는 고급 드레스 코너에 멈추면 그 앞에 한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다(사진). 드레스에 어울릴 최고급 장갑을 파는 미라벨은 화가를 꿈꾸지만 학비 대출금을 갚기에 빠듯한 평범한 도시인이다. 그녀에게 두 남자가 나타난다. 제레미는 변변찮은 직업에 변변찮은 외모를 가진 또래 남자다. 돈이 없는 그가 매번 구차하게 구니 미라벨의 마음을 뺏기는 애초에 글렀다. 그에 비해 레이는 부유한데다 근사한 매너까지 갖춘 중년남자다. 파티에 가자며 알마니 드레스를 맞춰주는 그로 인해 미라벨의 마음이 흔들린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무표정한 얼굴로 혼자 서 있던 여자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을까 아니면 유한마담처럼 돈과 지위를 누리고 싶었을까. 허영과의 사랑에 빠지면 현실의 감각이 사라진다. 돈과 지위와 사랑을 동시에 구하겠다는 그녀의 바람과 달리, 마음을 열지 않는 레이가 꿈꾸는 사랑이 될 리 만무하다. 그러나 제레미는 그녀로 인해 변화된 모습으로 재회의 순간을 준비한다. LA의 사랑 이야기는 그렇게 끝을 맺는다. 너무 뻔한 줄거리 아니냐고? 아닐걸. 당신의 허영을 충족시켜줄 만한 사람 앞에서 혹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허영의 시장이 그렇게 장사가 잘된다는데,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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