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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가득, <강적>
이영진 2006-07-03

수현(천정명)은 맘 잡고 새 삶을 시작하려는 스무살 젊은이다. 조직생활을 끝내고 여자친구 미래(유인영)와 함께 버스를 개조해 라면을 팔던 그는 어느 날 재필(최창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는다.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뒤 재필과 조직생활을 했던 수현은 과거의 의리를 잊지 못해 그의 청을 받아들이지만, 이내 자신이 누군가에게 이용당했고, 살인죄를 뒤집어썼음을 깨닫게 된다. 같은 시간, 근근이 삥 뜯기로 살아가는 망나니 형사 성우(박중훈)는 언제나 그랬듯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가 누군가에게 동료가 목숨을 잃는 상황을 맞게 된다. 아들 철수의 장기기증 수술비 마련조차 어려운 그는 파트너의 장례식에 갔다가 계획된 자해로 경찰병원에 호송됐던 수현과 맞닥뜨리고, 탈출을 시도하던 수현의 인질이 된다. 인질과 인질범으로 만난 두 사람의 탈주가 계속되는 동안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 없는 살인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수현과 성우는 공범으로 몰리게 된다. <정글쥬스>로 데뷔한 조민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가득

돌아갈 곳 없는 두 사람이 인질과 인질범으로 만나 수갑을 차고 탈주를 감행하는 <강적>은 몸 사리지 않는 배우들의 액션을 보는 재미로 가득하다. 첫 시사회를 앞두고 천정명이 “많이 다치긴 했지만…”이라고 운을 뗀 것이 엄살이나 거짓이 아님은 구급차를 타고 경찰을 피해 도주하는 카 체이스 장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부산 반여동에서 진행된 이 장면 촬영 때는 실제 구급차 두대가 폭발하는 위험한 장면이라 제작진은 소방차 2대를 대기시킨 뒤 수차례 리허설을 진행한 뒤에야 감독이 ‘슛’을 불렀다고.

스톡홀름 증후군과 리마 증후군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이 인질범들에게 동화되어 그들에게 동조하는 현상.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 은행강도 무장사건에서 비롯됐다. <홀리데이>의 지강헌을 대하는 인질들의 태도를 떠올리면 된다)과 리마 증후군(인질범들이 인질들에게 동화되어 자신을 인질과 동일시함으로써 공격적인 태도가 완화되는 현상. 1997년 페루 리마의 반정부 조직이 127일 동안 벌인 인질극에서 유래됐다. 선화를 납치한 뒤 괴로워하는 <나쁜 남자>의 한기는 어떤가)을 사랑과 우정의 발단으로 불러들인 영화를 일일이 거명할 필요가 있을까. 버디무비의 꼴을 갖춘 <강적> 또한 인질과 인질범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난다는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영화다. 별볼일 없는 인생이지만 자신을 기다리는 ‘뭣’이 있다고 믿는 탈옥수 수현과 ‘뭣’도 없는 인생을 어떻게든 끝장내려고 악을 쓰는 형사 성우는 점점 닮아간다. 아니, 그들은 애초부터 일란성 쌍둥이였다. <강적>은 비릿한 사회가 그들을 뗄 수 없는 하나의 몸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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