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소녀귀신의 한풀이, <아랑>
박혜명 2006-07-03

형사 소영(송윤아)과 현기(이동욱)는 세명의 피해자가 엮인 연쇄살인사건을 떠맡는다. 사건현장의 유일한 단서는 피해자들 컴퓨터 모니터에 모두 똑같은 홈페이지가 떠 있다는 것.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던 동민(이종수)마저 살해당하자 소영과 현기는 홈페이지의 주인 민정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두 형사는 민정이 살았던 해촌의 소금창고에 소녀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을 접한다.

소녀귀신들의 한풀이 법칙

영화 <아랑>이 모티브로 했다는 우리나라의 아랑 전설은, 억울하게 죽은 여인 ‘아랑’이 자신의 한을 푼 뒤에야 인근 마을의 변고가 없어졌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고전 TV프로그램 <전설의 고향>에 매회 등장했던 한 맺힌 처녀(또는 소녀)귀신들이 죄다 아랑인 셈이다. 종족의 수천년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 아랑들이 자신들의 한을 기어코 풀어내는 법칙은 무엇인가.

1. 공권력 끌어들이기 전략 아랑들은 자신의 한을 건드린 인간들에게 무자비한 죽음을 선사한다. 살인을 통해 공권력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전략인데, 과거 사또들은 주로 사건만 접할 뿐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다. 보다 못한 아랑들은 복장 터지는 심정으로 한밤중에 나타나 구구절절 사건을 설명해야 했고 그러면 비로소 사또들은 옳거니, 하며 다음날 해결을 보는 식이었다. 현대에 이르러 형사들은 과학적 수사 개념을 도입, 아랑들이 복장 터져 두번 죽기 전에 그녀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게 됐다.

2. 최첨단 통신기술을 비롯한 각종 재주 활용 아랑들은 시대의 조류에 맞춰 인간들과 소통한다. 과거에는 사또의 방 앞에 거꾸로 매달려 나타나는 것이 전부였지만, 현대의 아랑들은 휴대폰을 걸 줄도 알고(<폰>) 인형을 만들어내는 손재주도 가졌으며(<인형사>) 심지어 컴퓨터 홈페이지를 활용하기도 한다(<아랑>). 일본 귀신들은 비디오를 제작한 적이 있을 뿐 아니라(<링>) 휴대폰으로 문자도 보낼 줄 안다고 한다(<착신아리 파이널>).

3. 의상 컨셉의 통일 시대의 조류에 부응하는 만큼 존재의 정통성을 이어갈 필요도 있다. 아랑들에게서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화이트룩의 의상 컨셉이다. 아랑들은 늘 화이트를 입는다. 시대에 따라 소복이나 원피스, 계절에 따라 삼베나 모시나 울, 개인 취향에 따라 원피스나 투피스, 미니스커트, 롱스커트 등으로 디테일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기본은 화이트룩이다. 여기에 핏자국으로 만든 레드 패턴이 첨가된다. 헤어스타일은 전지현식 검은 롱스트레이트. 앞머리도 웬만하면 내리지 않는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