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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사건, <아파트>
이다혜 2006-07-03

인터넷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강풀의 ‘미스터리 심리썰렁물’ <아파트>가 영화화되었다. 현대인들에게 친숙한 주거공간인 아파트를 무대로 펼쳐지는 오싹한 공포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 주인공은 만화에서와 달리 여자로 바뀌었다.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세진(고소영)은 밤 9시56분에 맞은편 아파트의 불이 동시에 꺼지는 광경을 목격한다. 놀라운 것은, 매일 같은 시각에 건너편 아파트에서 같은 광경이 반복된다는 것. 불이 꺼지는 맞은편 아파트의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 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세진은, 불이 꺼지는 일과 죽음의 상관관계를, 그 미스터리를 찾아 동분서주한다. <폰> <분신사바> 등 공포영화를 꾸준히 만들어온 안병기 감독의 작품으로, 고소영이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를 선언한 영화이기도 해 화제를 낳았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강풀의 만화들

만화를 소비하는 형식에 따라 만화를 창작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종이 만화책으로 만화를 보던 시절에는 칸 나누기로 긴장감을 조성했지만 인터넷으로 만화를 즐기는 요즘은 스크롤이 두근거림을 낳는다. 인터넷 만화작가들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강풀은 스크롤하면서 스릴을 느낄 수 있도록 장면을 배치하는 데 선수다. 다음 내용이 궁금한 나머지 때로는 읽기도 전에 스크롤부터 하게 되니까. <아파트>는 도시 어디에나 촘촘하게 벌집처럼 늘어서 있는 현대인의 대표적 주거공간 아파트를 공포의 무대로 끌어들여 공포를 낳았다. <아파트>의 후속 시리즈인 <타이밍>은 우리 속에 숨어 있는 기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 시간에 대한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현재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에서 연재중인 <26년>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파트에서 생긴 일

아파트는 익명의 공간이다. 집집마다 문패가 붙어 있지도 않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몰라도 전혀 불편없이 살 수 있다. 그래서 공포영화의 무대로 더없이 어울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옴니버스영화 <쓰리> 중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메모리즈> 속 신도시 아파트는 중산층의 불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윤종찬 감독의 <소름> 속 아파트는 <메모리즈>의 번쩍거리는 새 아파트와 정반대의, 다 무너져가는 퇴락한 공간이다. 이 아파트는 그 자체가 괴물처럼, 사람들의 피가 밴 기억을 고스란이 끌어안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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