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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봅시다] 너, 지금 엿듣고 있니?
이종도 2006-07-20

<올드보이>

<올드보이>와 <내 청춘에게 고함>엔 도청장면이 나온다. <올드보이>에선 구두 안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된다. <내 청춘에게 고함>의 도청은 조금 더 아날로그적인데, 공중전화 수리공인 근우(이상우)는 불륜으로 추정되는 남녀의 전화 통화를 엿듣다가 그만 그 여자에게 푹 빠져들고 만다. 어떻게 하면 도청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사방이 금속으로 둘러싸인 방에 있으면 도청을 피할 수 있다. 금속이 도청 송신기에서 나온 전파를 모두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불가능에 가깝다. 주파수 체계를 흐트러뜨리는 기계를 쓰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도청과 상관없는 무선기기마저 작동을 멈춘다는 단점이 있다.

몇 가지 예방책은 있다. 갑자기 TV 화면이 흔들리거나 화면에 가로줄이 생길 경우 도청을 의심해볼 수 있다. TV 근처나 콘센트 안, 전화 코드가 도청기가 설치된 곳일 가능성이 있다. 전화를 쓸 경우엔 집 안의 무선전화는 되도록 쓰지 않는다. 사방에 전파를 뿌리기 때문이다. 전기설비나 전화회선 점검을 나왔을 경우엔 신분을 철저히 확인한다. 작업을 직접 지켜보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안전한 건 공중전화를 쓰는 것. 전화를 받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이것도 수상쩍다. 일부 도청기는 받는 사람이 전화를 끊는 순간부터 작동하므로 그쪽에서 먼저 끊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전화할 때 커튼을 치는 것도 필수다. 유리창의 미세한 진동을 이용한 도청장치, 사람의 입술을 읽는 독순술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으니 말이다(<카지노>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두려워하던 도청 방법이다). 근우는 전화단자함에서 선을 꺼내서 도청하면서 동시에 창문을 통해 여자의 옆얼굴까지 훔쳐보았다. 근우처럼 몸매도 근사하고 마음도 착한 남자가 도청한다면 모르겠지만, 커튼도 안 치고 문도 열어놓고 통화하다니, 이건 위험한 일이다. 아마 여자는 유선전화 사용 중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거나 볼륨에 변화를 감지했을 텐데, 애인과 통화하느라 너무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이럴 때는 라디오를 틀어 혼선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말 도청이 의심된다면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게 좋다. <컨버세이션>의 진 해크먼처럼 도청장치 찾느라 집 안 구석을 다 뜯으면 돈만 든다. 그런데 아뿔싸. 진 해크먼이 도청 전문가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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