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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주제, 무뎌진 위트, <카>
김나형 2006-07-18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이 왔다. 총책임자가 되어 한동안 일선에서는 물러나 있던 존 래세터가 오랜만에 연출을 맡았다. 장난감, 곤충, 벽장 괴물, 물고기 그리고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슈퍼히어로 가족. 그에 이어 픽사가 간택한 새 주인공은 자동차다. 달리기 위해 태어난 자동차의 본성을 말하듯 영화는 레이싱 대회로 문을 연다. 챔피언 킹, 2인자 칙과 경합하고 있는 빨간 레이싱카 한대. 최근 급부상한 신예 라이트닝 맥퀸(오언 윌슨)이다. 얼굴은 꽃미남이요 실력은 A급이니 필연적으로 불치 왕자병을 앓고 있다. ‘내 업적은 오롯이 내 능력 때문’이라 생각하는 그는 타인의 소중함을 모른다.

<>는 이 오만한 루키를 지도에도 없는 국도로 던져넣는다. 맥퀸은 우승컵의 승자를 가릴 중차대한 대회를 앞두고 경기장으로 이동하던 중 시골 마을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마을에 거주하는 열대 남짓한 자동차들은 하나같이 별 볼일없는 존재들로, 쇠락해가는 마을과 닮은꼴이다. 맹렬한 성취의 삶을 사는 맥퀸의 눈에 이들은 한심한 루저일 뿐. 그러나 그들과 불가항력의 며칠을 보내는 동안 맥퀸은 감사와 배려를 배우게 된다.

속도의 상징이자 미국 산업주의의 상징인 자동차를 통해 느림과 사람을 말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각 캐릭터들은 1949년형 머큐리, 1951년형 허드슨 호넷, 1970년형 플리머스 슈퍼버드 등 유명 자동차를 모델로 삼아 자신의 성격에 꼭 맞는 외양을 보여준다. 판사 닥은 콧수염처럼 중후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갖고 있고, 비열한 칙 힉스는 그의 싼티나는 인성을 반영하듯 온몸을 스티커로 도배했다. 은은한 펄로 도색을 한 듯한 맥퀸의 질감, 그랜드캐니언을 연상시키는 장대한 경관은 픽사의 기술력을 다시금 확인케 한다. 하지만 이기는 것 외에도 의미있는 것은 많다는 푸근한 주제 때문인지 픽사 특유의 날카로운 위트는 많이 무뎌졌다. ‘자신만만하고 몰두하는 삶을 살던 워커홀릭이 평범하고 비루한 삶에 우연히 엮여들어 다른 가치를 배운다’는 이야기 역시 이미 숱한 영화에서 봤던 것이다(다만 자동차의 입으로 들은 적이 없다뿐이지). 그러나 <>의 별 볼일없는 주인공들은 결국 해피엔딩을 일궈낸다. 그런 픽사의 전통 앞에서 모난 소리를 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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