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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미래영화’, <울트라바이올렛>

테러의 시대가 지나가고 피의 시대가 도래했다. 21세기 후반, HGV라는 바이러스가 유출되어 감염자들은 돌연변이가 된다. 인간 세상은 감염자들의 강한 전투력에 두려움을 느끼며 이들을 말살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돌연변이들 역시 저항을 시작하지만, HGV를 발견했던 과학자 덱서스에 의해 돌연변이를 몰살할 무기가 개발된다. 임신 중 바이러스 감염으로 아이를 잃어야 했던 바이올렛(밀라 요보비치)은 여전사가 되어 덱서스의 비밀무기를 탈취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 무기 속에서 아이(카메론 브라이트)를 목격한 뒤 덱서스의 잔혹한 야심을 눈치채게 된다.

<이퀼리브리엄>의 커트 위머 감독과 <제5원소> <레지던트 이블>의 밀라 요보비치가 만났다. <울트라바이올렛>은 파국적인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여전사의 활약을 보여주는 무수히 많은 영화들 중 한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영화들에서 악과 선은 더러운 욕망에 사로잡힌 권력자 대 그 권력에 대항하는 존재들로 구성되지만, 이 영화에서 그 구도는 남자들의 욕망 대 모성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모성은 피가 난무한 사회를 구원해줄 희망이다. 바이올렛은 모성의 상징이다. 그녀는 결코 죽지 않으며, 매번 혼자서 악당들을 처치할 정도로 강하고, 자신을 희생시켜 아이를 지켜낼 정도로 ‘인간적’이다. 세상의 어머니로서 그녀는 전능하다. 그녀의 손짓 하나에 적들의 목은 날아가고 그녀의 발차기 한번에 적들의 몸은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진다. 초반의 몇 장면은 그래도 견딜 만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영화는 긴장감을 잃고 우스워져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가장 거북한 것은 덱서스의 욕망이 아니라 바이올렛의 전능함이다.

아마도 감독은 밀라 요보비치의 카리스마와 몸을 앞세워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만들어내는 데 공을 들인 듯하다. 그러나 그녀 홀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끌어가기에 내용은 너무 빈약하고 노골적인 액션은 촌스럽고 무엇보다 이제 여전사 밀라 요보비치는 식상하다. <울트라바이올렛>은 여러 면에서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미래영화’의 전형적인 예로서 영화와 게임과 만화 사이의 그 어딘가에 어정쩡하게 걸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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