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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과 아랍인에 관한 객관적 시선, <천국을 향하여>
ibuti 2006-08-14

타인에 의해 가면이 씌인 사람들이 있다. 중동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다. ‘중동=아랍지역=무슬림의 세계’라는 잘못된 등식으로 우리는 그들을 대한다. 경제적 빈곤, 종교적 박해, 정치적 억압, 문화적 소외로 점철된 그들의 삶을 제대로 보려는 노력은 뒷전인 채 우리 머릿속에 그들은 대부분 ‘성질 나쁘고 포악한 아랍인’의 인상으로 남아 있다. 어쩌면 그게 다 미국이 만들어놓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에 박아놓은 미운털 같은 것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국을 향하여>는 색다르고 중요한 경험이다. 팔레스타인 사람과 유대인의 영토분쟁을 2차대전 이후의 일로 알고 있는 다수 관객에겐 정공법을 택한 영화가 필요했을 터. 그러니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사람인 하니 아부 아사드가 연출한 <천국을 향하여>를 타자의 시선으로 멋대로 재단하기는 쉽지 않다. <천국을 향하여>는 자살폭탄 공격을 지시받은 두 아랍 청년의 이야기다. ‘이슬람’은 아랍어로 복종과 평화를 의미한다. 조직의 명령을 신의 뜻으로, 자살을 순교자가 누릴 마음의 평화로 인식하는 두 사람은 작전이 꼬이는 바람에 추가로 얻은 시간 동안 자신들의 행위를 돌아본다.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장면(사진)에서 보듯 ‘일상의 영웅적 행위’가 자행되는 현실에서 그들의 위치가 막막하기만 하다. 다만, 폭탄이 터질까봐 공포에 떨진 말자. 그들은 우리의 안위를 위협하는 폭탄 덩어리가 아닌 평범한 삶을 살던 인간이지 않던가. 그 어떤 인터뷰나 부록이 없는 DVD조차 그들의 위치를 대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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