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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셔무비, <죽음의 숲-어느날 갑자기 네번째 이야기>
장미 2006-08-15

다섯명의 청춘남녀가 죽음의 산행에 나선다. 그들이 발을 내디딘 곳은 4년 전 큰 산불이 나 등산객의 입장이 금지된 산. 혈기왕성한 청춘들은 스산한 숲 그림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등산로를 막아놓은 자물쇠를 풀어버리는 우(愚)를 범한다. 살육극을 앞두고 <죽음의 숲-어느날 갑자기 네번째 이야기>는 다섯 남녀의 성격이나 특성을 공들여 설명한다. 일행을 이끄는 정우진(이종혁)은 듬직하고 배려심이 깊은 반면, 우진의 동생 정승헌(김영준)은 겁이 많을뿐더러 무척 소심하다. 우진의 여자친구인 정아(소이현)는 미래를 읽는 능력을 지닌 예지력의 소유자. 이준후(최성민)와 오세은(이예원)은 말투와 옷차림에서 드러나듯 겉모습을 중시하는 가벼운 친구들이다. 닥쳐올 미래에 무지한 채 웃고 떠들던 이들은 이제 숲에 갇힌 채 죽어가거나, 무기를 손에 쥐고 싸워야 한다.

<죽음의 숲…>은 살인마의 정체가 너무 일찍 밝혀진다는 점을 제외하면, 슬래셔무비의 규칙을 충실히 답습해간다. 또 하나. 시퍼런 시체들이 몸을 일으키는 부분에서는 죽은 이들의 귀환을 다루는 좀비영화의 특성도 느껴진다. 피 튀기는 살육전과 좀비들의 등장을 기본 골격으로 삼은 <죽음의 숲…>은 사건의 배경인 ‘한밤의 산’을 효과적으로 이용한다. 농밀한 숲의 어둠은 그 자체로 공포심을 유발하는 한편, 방향 감각도 잃게 만든다. 한데 모여 있던 일행들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좀비들이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것도, 그곳이 숲속임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죽음의 숲…>이 유발하는 공포는 많은 부분 적절한 공간 설정에 기대 있다.

그럼에도 논리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여전히 눈이 띈다. 살인에, 좀비에, 거기다 무속신앙의 요소까지 덧붙이지만, 숲이 어떻게 저주의 힘을 지니게 됐는지, 등장인물들이 왜 하필 좀비로 변해가는지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은 없다. 우진과 승헌의 관계는 에피소드를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지기보다 우진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평면적으로 기술되고, 정아의 갑작스런 희생 역시 근거가 충분치 않은 탓에 눈물을 자아내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이 모든 인과관계를 발판으로 삼아 충격을 선사해야 했을 결말 부분마저 힘을 잃고 비틀거린다.

<죽음의 숲…>은 공포옴니버스 <어느날 갑자기> 시리즈의 마지막이자 네 번째 작품. <아파트>의 안병기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한 가운데, SBS 아침드라마 <맨발의 사랑>을 만든 김정민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동시에 맡았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현수(권상우)와 맞섰던 학교 짱 이종혁이 처음으로 공포물에 도전, 두려움에 떨며 좀비와 맞서는 모습을 성실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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