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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몸 액션, <13구역>
오정연 2006-08-24

범죄에 물든 13구역은 높다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을 지배하는 룰은 오직 하나, 독재자 타하(비비 나세리)의 말뿐이다. 그러나 악의 소굴에도 희망은 있다. 13구역에서 나고 자란 레이토(다비드 벨르)는 타하의 범죄에 홀로 맞서면서도 13구역을 쉽게 포기해버린 정부 역시 믿지 않는다. 그러던 중 핵미사일이 탈취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특수요원 다미엔(시릴 라파엘리)은 미사일을 해체하기 위해 레이토와 함께 13구역으로 향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곳에 말 못할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맨몸 액션

마약을 하수구로 흘려보낸 레이토가 악당들에게서 도망치는 초반부 시퀀스. 레이토는 동네 토박이답게 벽을 타고 넘는가 하면, 난간과 난간을 오가며 계단을 내려가고, 13구역 내의 모든 옥상 구조를 훤히 꿰고 있는 듯 건물과 건물 사이를 훌쩍훌쩍 건너뛴다. 그 어떤 와이어나 특수효과도 사용하지 않았음을 과시라도 하듯 배우의 몸을 집요하게 쫓는 카메라가 관객의 눈을 현혹한다. 러닝타임 내내 이러한 순도 100%의 액션 시퀀스는 계속해서 변주된다. <13구역>이 선보이는 곡예 수준의 맨몸 액션은 연기보다 무예를 먼저 익힌 배우를 앞세운 <옹박> <야마카시> 등의 영화들과 맥을 같이한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시종일관 단단한 육체 하나로 스크린을 제압한 두명의 주연배우들. 영화 <야마카시>로 우리에게 알려진 신종 익스트림 스포츠 파쿠르의 창시자 다비드 벨르와 <늑대의 후예들> 등의 영화에 무술감독으로 참여한 시릴 라파엘리다.

제작자 뤽 베송의 근황

‘누벨 이마주’라는 말을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레오 카락스, 장 자크 베넥스 등 이미지에 치중했던 프랑스의 젊은 감독들을 부르던 일종의 신조어였던 이 말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 뤽 베송의 이름이 있었음을 기억하는 이는 더욱 적다. <그랑 블루> <아틀란티스> 등 푸른 바다를 스크린에 담고, <니키타> <레옹> 등 새로운 액션을 선보였던 그는 언제부턴가 킬링타임용 액션영화의 대부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1999년작 <잔 다르크> 이후 그의 연출작 중 우리에게 알려진 작품은 없다. 그러나 <택시> 시리즈, <팡팡 튤립> <크림슨 리버> <더 독>을 제작하고 <옹박>을 세계에 배급하고, <야마카시>의 각본을 쓴 그의 필모그래피는 어느새 훌쩍 길어져 있다. <그랑 블루>의 추억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실망스런 행보일 수 있지만, 간결한 내러티브를 통해 리얼한 액션을 전면에 내세우는 액션영화의 새로운 장르를 구축하며 대중적인 제작자로 이름을 떨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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