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때는 12세기, 장소는 영국. 프랑스의 기사 티보(장 르노)는 영국의 로잘린 공주(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왕국을 노리는 워릭 백작의 술수로 지옥의 환영을 보게 되는 술잔을 들이켜고, 환영 속에서 공주를 죽이고 만다. 이를 개탄하며 티보가 마법사를 찾자, 마법사는 티보에게 과거로 돌아가는 탕약을 건넨다. 그러나 탕약을 들이켜는 순간, 마법사의 실수로 티보는 몸종 앙드레(크리스티앙 클라비에)와 함께 2000년 미국 시카고로 오게 된다. 시카고의 중세박물관. 박물관에서 일하는, 로잘린과 꼭 닮은 티보의 후손 줄리아(크리스티나 애플게이트)가 나타난다.

■ Review

<저스트 비지팅>은 디즈니와 고몽이 손잡고 만든 <비지터>(1993) 3탄이다. 중세의 기사가 현대로 오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중세로 돌아간다는 기본 줄거리는 같지만, 유럽에서 미국으로 문화권의 이동까지 겸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구분된다. 유독 프랑스 자국 내에서 큰 인기를 누려 ‘프랑스적’ 영화임을 확신케 한 시간여행 코미디 <비지터>는 이미 1997년 TV시리즈로 제작되었고 1998년에는 속편 <비지터2>도 나온 바 있다. <비지터>와 <비지터2>를 연출했던 프랑스 감독 장 마리 프아레가 한번 더 메가폰을 잡은 <저스트 비지팅>은, 영어영화이긴 하지만 여전히 프랑스적 색채가 강하다. 고급 레스토랑 바닥에 앉은 앙드레에게 티보가 음식을 던져주며 '자비'를 베푸는 상황 등, 최근 할리우드 코미디와는 다르게, 이 영화의 코미디는 상황 그 자체에 기인한 '정통파' 웃음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시카고의 빌딩과 넓은 도로가 스크린을 채워도, 장 르노와 크리스티앙 클라비에의 코믹연기에는 어딘가 유럽적인 뉘앙스가 강하게 남아 있다. 아무리 없애려 해도 남고 마는 악센트 같다고나 할까.

미국적 코미디에 익숙한 우리나라 관객에게 <저스트 비지팅>은 <비지터>가 그랬듯 여전히 낯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영화의 매력은 그런 프랑스적인 뉘앙스다. 마치 구닥다리 마술을 정식으로 행하듯, 요란함이 없으면서도 묘하게 생겨나는 동화적인 분위기는, 확실히 평범한 할리우드영화에는 없는 것이다. 21세기 미국의 대도시 한복판에 떨어졌지만, 비교적 평정심을 잃지 않는 티보. <저스트 비지팅>은 그를 완전히 웃음거리로 만들기보다는 줄리아가 그랬듯, 그의 품위를 살려두는 편에 손을 든 것 같다. 그래도 티보의 몸종인 앙드레 역 크리스티앙 클라비에의 슬랩스틱코미디는 어쩔 수 없는 폭소를 불러낸다. 개 사료를 맛있다며 먹는 게 뭐가 웃기겠냐마는, 그걸 웃긴 것으로 만드는 배우도 있는 것이다.

최수임 기자 sooee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