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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없는 호스트 영화, <워터스>
정재혁 2006-09-12

호스트 없는 호스트 영화, 위스키에 물탄 느낌.

그림 형제의 동화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가 일본 유흥업소 버전으로 변주되면 어떤 모양이 될까. 니시무라 료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워터스>는 호스트 클럽을 숲속 난쟁이의 집으로 가정한다. 독이 든 사과를 먹은 백설공주가 난쟁이들에게 발견된 것처럼, 마음에 상처를 받은 여자들이 호스트 클럽을 찾는다는 것. 다만 영화는 주인공을 백설공주가 아닌 난쟁이들로 치환하고 이들이 백설공주를 기쁘게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귀기울인다.

바닷가에 인접한 클럽 도그데이즈. 어딘가에 붙어 있던 호스트 모집 광고를 보고 7명의 남자들이 모여든다. 거리 공연을 하며 세계를 누비고 싶어하는 피에로 료헤이(오구리 &#49804;), 팀의 해체로 농구를 그만둔 나오토(마쓰오 도시노부)와 케이타(모리모토 료지), 한때 잘나가던 사업가였지만 지금은 회사의 부도로 포르셰 한대만 건진 유우키(스가 다카마사), 회사 동료의 횡령죄를 뒤집어쓰고 실직자가 된 전직 은행원 마사히코(기리시마 유우스케), 자기만의 레스토랑을 갖고 싶어하는 요리사 텟페이(히라야마 히로유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 직장을 뛰쳐나온 인테리어 코디네이터 신타로(가쓰라야마 신고). 나이도 출신 성분도 다른 이들은 새로운 출발을 하려 하지만, 호스트 보증금을 받아 챙겼던 점장이 도망을 친다. 목돈을 날렸다는 사실에 일곱 남자는 크게 절망하고, 이들의 모습을 보다 못한 클럽 주인 카타기리(하라다 요시오)와 백설공주라 자칭하는 손녀 치카(나루미 리코)가 호스트 클럽을 함께해보자고 제안한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파라오 조형이 뒤섞인 인테리어, 80년대를 연상시키는 촌스러운 패션, 바람이 불면 쓰러질 것 같은 부실한 건물. 호스트의 ‘호’자도 모르는 호스트들의 열악한 비즈니스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루 종일 시내를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뿌려봤자, 찾아오는 손님은 70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명뿐이다. 더 심각한 건 극중 인물들이 스스로도 왜 호스트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거다. 심지어 나오토는 “호스트 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며 호스트에 대한 경멸을, 농구에 대한 미련을 감추지 못했고, 료헤이는 “거리에서 공연을 하든 클럽에서 공연을 하든 사람을 즐겁게 하는 건 똑같다”고 얼버무렸다. 그럼에도 니시무라 감독은 이들의 내면을 우정, 청춘이란 말로 덮어버리고, 극적인 재미만을 위해 영화를 끌고 나간다. 간간이 삽입되는 치카의 백설공주 얘기도 억지스럽다. 드라마 <서머 스노우>에서 벙어리 역으로 연기력을 검증받은 오구리 &#49804;을 제외하면 마쓰오 도시노부, 히라야마 히로유키 등 청춘스타들의 연기 역시 눈요깃감을 벗어나지 못한다. 호스트에 대한 고민없이 청춘을 널뛰는 <워터스>는 싱거운 코미디극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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