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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을 알수록 재미가 클 것, <원피스: 기계태엽성의 메카거병>
김나형 2006-10-24

만화책 내용상으론 분열 위기에 처한 루피 일당, 극장판에선 여전히 함께라 안심.

1997년 <주간 소년점프>, 한 젊은 만화가가 해적왕 되는 것이 목표인 소년의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가 높아진 만화는 일본 너머로까지 명성을 떨쳤고 지금도 ‘42권째 단행본 발행’이라는 대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혼자 망망대해를 떠돌던 소년은 6명의 동료를 얻는 한편, 고액의 현상금이 걸린 해적으로 성장했다. 이것이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다.

<원피스>는 <하록 선장>의 소년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화다.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이 꽂은 깃발 아래서라면 언제든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해적. 그를 지탱하는 믿음직한 동료들. 그리고 모험. <하록 선장>의 모티브를 <원피스>는 더 밝고 단순하게 그린다. 신념과 동료애를 직설적으로 강조하고, 치열한 싸움이 끝나도 슬픈 죽음이 없는 밝은 세계를 만든 것이다. 모험 만화인데도 대규모 소녀팬이 형성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흔한 키스신도 없는 마당에 에로틱하고 불편한 장면이 있을 리 없다(외려 그것이 심심했는지 동인녀들은 <원피스>의 두 열혈 캐릭터, 조로와 상디를 등장시킨 야오이물을 퍼뜨리기도 했다).

만화의 줄거리를 따른 TV시리즈와 달리 극장판 <원피스>는 일종의 외전으로 기능한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루피 일당이 겪었을 법한 모험이 하나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펼쳐지는 것이다. 섬에 상륙하는 순간 모험이 시작되고 섬의 악당을 물리치면 모험도 마무리되는 <원피스> 세계에서, 섬은 모험의 동의어다. 7번째 극장판 <원피스: 기계태엽성의 메카거병>의 무대는 메카섬. ‘기계’니 ‘거병’이니 하는 단어에서 짐작되듯이 ‘메커닉’과 ‘거대 로봇’이 주요 즐길 거리다. 악당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오다의 장기도 여전하다. 이번 에피소드의 악당 라체트는, 안경 닦는 와이퍼까지 만들어 쓰는 ‘메커닉 오타쿠’이자 심각한 나르시시즘 환자로 등장한다. 4번째 극장판 <데드엔드의 모험>을 연출한 우다 고노스케가 다시 지휘봉을 잡아, 중간중간 3D 터치도 눈에 띈다(그는 <데드엔드의 모험> 오프닝에서 핸드헬드 카메라워크를 보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본편의 전후 관계를 몰라도 즐길 수 있지만, 본편을 잘 알수록 재미가 클 것은 당연한 이치. 특히 <원피스>의 진수라고 할 ‘캐릭터 개그’에 제대로 반응하려면, 7명 주인공의 성격과 역할 분담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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