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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확장의 욕심, <프레스티지>

두 마술사 사이의 모던한 경쟁이 포스트모던한 마술로 비약되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

천재가 느긋하게 신천지를 개척해갈 때, 불운한 경쟁자는 자신의 심장을 갉아먹는다.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처음부터 평등하지 않았다. 비극적인 탄성과 환희는 천재성의 불평등에 기반했다. 로버트(휴 잭맨)와 알프레드(크리스천 베일)의 경쟁은 상대적으로 매우 수평적이다. 로버트가 상당한 재력가이고 알프레드는 보잘것없는 떠돌이지만 이 점은 알프레드가 마술의 본성을 좀더 꿰뚫고 있는 것으로 상쇄된다. 우애 깊은 동료였던 이들이 최고의 마술사 자리를 주거니받거니 꿰차면서 마술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가는 동력은 천재성이 아니라 사랑조차 제물로 삼기를 주저하지 않는 질투와 분노다.

수중탈출 마술로 좋은 세월을 보내던 이들의 관계는 마술에 대한 욕망이 좀더 컸던 알프레드의 예기치 않았던 실험으로 부서진다. 로버트의 아내가 공연 도중 숨지는 사고가 일어난 것. 그렇지만 이 사고에서 시작된 로버트의 알프레드에 대한 분노는 복수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특히 순간이동 마술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 알프레드에 대한 감정은 거의 도착적인 질투심에 가깝다. 알프레드가 로버트를 향해 벌이는 잔인한 작전 역시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아마데우스>의 경쟁 구도에 비하면 훨씬 ‘인간적’이지만 <메멘토>와 <배트맨 비긴즈>에서 펼쳤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손놀림이 소박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메멘토>의 원작자였던 각본가 놀란과 그의 형인 감독 놀란은 마술을 트릭의 묘기로 제한해 마법과 구분지으면서도 근대의 여명기가 배경이라는 점을 ‘무한’확장한다. 과학적 발명가 에디슨과 테슬라의 경쟁구도를 두 마술사의 관계에 빗대면서 마술의 비법을 근대의 산물로 치환하는 승부수다. 요는 이것이 ‘신의 경지에 도달한 마술의 최고 단계’라는 뜻을 지닌 ‘프레스티지’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데이비드 보위를 카리스마가 잠복된 테슬라로, 스칼렛 요한슨을 팜므파탈적인 마술사 조수로 등장시킨 그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눈요기에 그치고 마는 운명처럼. 두 가지 반전 중 첫째는 허술하게 일찍 읽히고, 둘째는 어이없게 비약해버린다. 최대의 반전이 비약으로 무너지는 건 ‘무한’확장의 욕심 때문이다. 만만치 않아 보이던 놀란 형제가 야심찬 ‘매직 스릴러’를 스스로 허물어뜨린 이유를 알 수 없는데, 그것이 미스터리 매직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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