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보통 영웅 혹은 슈퍼 일반인들의 절박한 분투기, <가디언>
문석 2006-10-31

보통 영웅 혹은 슈퍼 일반인들의 절박한 분투기.

포스트 9·11 시대, 할리우드의 영웅은 보통 사람들이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두 항만경찰과 전직 군인, <플라이트 93>의 이름도 모를 승객들처럼 말이다. <뉴스위크>에 의해 ‘최고의 신화’라고까지 표현된 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각광받는 건 언제나 영웅담 또는 신화를 원해온 할리우드의 필요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9·11 이후 실제로 뉴욕 소방대원들이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사실과도 관련있다. 엄청난 재앙에 맞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헌신적으로 해낸 이들은 또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했을 때 주민 3만3520명을 구조하거나 대피시킨 미국 해안경비대가 그들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해안경비대의 활약상을 담은 <가디언>은 새로운 영웅들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선보이는 영화다. 이 영웅담의 한축은 그동안 수백명의 조난자를 구해낸 고참 대원 벤 랜달(케빈 코스트너)이 담당한다. 그는 “(구조대상자가) 죽은 것 같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된다”는 신조를 행동으로 옮겨온 ‘인명구조계의 슈퍼히어로’다. 하지만 자신의 과욕으로 조난자뿐 아니라 동료들을 모두 잃은 이후 그는 구조대원을 양성하는 사관학교 ‘A스쿨’의 교관으로 부임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기둥은 한때 촉망받는 수영선수였다가 해안경비대에 자원한 생도 제이크 피셔(애시튼 커처)다. 그는 뛰어난 능력으로 벤이 A스쿨에 다니던 시절 세운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지만 팀워크에는 문제가 있는 인물이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 <가디언>은 늙었지만 관록있는 과거의 영웅과 젊지만 아직 철부지인 미래의 영웅이 티격태격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는다. 벤이 제이크에게 넘어야 할 산이지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멘토’이기도 하다는 설정도 낯설지 않다. 이들의 개인사를 다루는 방식 또한 다분히 상투적이다. 벤의 아내는 일밖에 모르는 남편의 곁을 떠나려 하고, 제이크는 <사관과 신사>나 <탑건>의 남자처럼 사관학교 인근에 사는 여인과 불장난을 벌인다.

매우 익숙한 이야기를 때론 감동으로, 때론 씁쓸한 마음으로 보게 하는 일등공신은 단연 케빈 코스트너다. 최근 들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던 그는 여기서 인생의 내리막길을 향해 쓸쓸히 등돌려야 하는 중년 남자의 모습을 훌륭히 보여준다. 만약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이 ‘전설 만들기’에 지나치게 집착하지만 않았더라면 <가디언>은 보통 사람들의 설득력있는 영웅담이 될 수 있었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