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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군, <프레스티지>의 어설픈 반전 예고에 안타까워하다

진짜 스포일러는… 주최쪽이다!

근래 최고의 반전을 공언하며 각급 영화언론을 향해 ‘절대 핵심 반전을 누설치 말아주세요’라 읍소해 마지않는 <프레스티지>. 한데 필자는 이 대목에서 묵은 질문 하나를 또다시 떠올린다. 과연 스포일러란 무엇인가.

…라고 말씀드린다면 물론 ① “약탈자; 망치는 사람[또는 물건]”이라는 엣센스 영한사전적 의미나 ② “부르스가 유령이다!” 등의 기초 상거래 질서 교란 행위자라는 영화판적 의미를 언급하시겠으나, 그런 얘기를 다시 하자는 건 아니고, 오늘 필자가 논하고자 하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진정 잡치는(spoil)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오씨某인지 슈퍼액某인지 뭔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하여튼 필자는 최근 모 영화 전문 채널을 통해 <네고시에이터>를 또다시 관람하고야 말았다. 한데 다들 알다시피 이 <네고시에이터>에도 나름 결정타적 반전이라는 게 있다. 물론 그건 반전 중에서는 대단히 흔해터졌다 할 ‘아니, 네가 범인?’형 반전이었고, ‘처음부터 범인 같아 보이는 넘은 절대 범인이 아니며, 진짜 범인은 설마 저 넘이 범인이겠는가라는 생각조차 미치지 않는 바로 그곳에 배치된다’라는 반전의 기본 수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지라 반전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는 데는 실패했다만, 어쨌든 확실히 반전은 반전이었다. 그리고 그랬던 만큼 당시 인터넷에서는 언제나처럼 네가 스포일러니 아니니 하는 말씨름도 제법 오고갔더랬다.

실제로 필자는 <네고시에이터>를 보기 전에 범인의 정체를 얼핏 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 사실이 크게 억울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제는 오히려, 처음부터 범인에 주목하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네고시에이터>는 반전에 기대지 않고도 충분히 자기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었다.

추석 연휴에 마술쇼들을 보신 분들은 알겠다만, 요즘은 마술에서조차 보자기 같은 걸 쓰지 않고 완전 다 톡 까놓고 보여주면서 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나름 마술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프레스티지>가 그닥 특별한 감흥이 없고 예측마저 상당히 용이한 어정쩡한 트릭을 ‘제발 반전을 알리지 말아주세요’ 등의 얄팍한 보자기로 애써 가리고 있는 건 참으로 애달픈 처사다. 이제 웬만한 수법은 나올 대로 나온 반전 무비업계에서 진정한 스포일러란 ‘이 영화엔 강력한 반전이 있다’라는 얘기를 애써 퍼뜨리는 주최쪽의 행태라는 걸 모르시는가들. 이 ‘반전 예고’ 덕에 관객은 관람 내내 범인 맞히는 것 외의 다른 부분에는 도대체 집중을 할 수가 없음인 것이다.

하여 이제, 다들 그냥 확 스포일러가 되어버리자. 그따위 어설픈 반전쯤은 다 알아도 여전히 흥미로운 영화가 진정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니까. 그런 정보 나부랭이 좀 알았다고 해서 시시해져버리는 그런 영화는 처음부터 시시했던 영화였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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