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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에 특효약은 ‘애정’이 아니고 ‘돈’? <애정결핍 두남자>

‘애정결핍’에 특효약은 ‘애정’이 아니고 ‘돈’?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놓고 치열한, 아니 목숨 내건 싸움을 벌인다. 그 두 남자는 아버지와 아들이다.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런 설정에서 출발하는 영화지만, <데미지> 같은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고 코미디이다. 홀아비 생활 5년차인 아버지 동철동(백윤식)은 겉으로는 환경파수꾼이자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애쓰는 시민이지만, 속을 알고 보면 온갖 고발과 투서로 떡고물을 챙겨 먹고사는 치사한 인물이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나름의 생존비법을 터득해 살아가는 동현(봉태규)은 17살 혈기 왕성한 고등학생이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두 사람의 싸움은 육감적인 몸매의 이혼녀 미미(이혜영)가 세를 얻기 위해 찾아온 순간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녀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선의의 경쟁은 점차 상대를 링에서 몰아내기 위한 혈전으로 바뀌어간다.

아버지와 아들이 유교적 가치나 규범 따위는 던져버리고 오로지 본능에 충실한 경쟁을 벌인다는 설정이나 이율배반적인 동철동의 캐릭터는 코미디 소재로 흥미롭다.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중간중간 상황을 표현해준 시도도 적절하고 재미있다. 유명 영화와 드라마를 패러디한 장면들도 애교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강도가 세져서 나중에는 존속살인미수 지경에 이르는 부자간의 싸움은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장미의 전쟁>에서 부부 싸움이 칼로 물 베기가 아니고 사람 잡는 수준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때와는 기분이 다르다. 헤어지면 남남인 부부와 혈육으로 연결된 부자관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더 불편한 건 이야기가 봉합되는 방식이다. 결국 ‘애정’에서 시작된 문제가 ‘돈’으로 해결된다는 것인데 설득력이 약하다. 그것은 돈이 그만큼 위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세 사람의 애정행각에 돈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영화에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연을 맡은 백윤식, 봉태규는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냈지만 익숙한 기존 이미지가 주는 후광 효과를 떨쳐내기는 어려웠다. 이번 영화가 데뷔작인 김성훈 감독은 새로움과 안전함 사이에서 머뭇거린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라기보다 애정관계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에 관한 고찰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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