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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정기>의 소년들이 고등학생이 된다면? <누가 그녀와 잤을까>
최하나 2006-11-14

<몽정기>의 소년들이 고등학생이 된다면? 교생은 변치 않는 그들의 판타지.

(※ 시사회를 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엄격한 규율이 존재하는 미션스쿨 실라오 고등학교에 어느 날 눈부신 여자 교생 지영(김사랑)이 나타난다. 모든 남학생과 남자 교사들이 그녀에게 군침을 흘리지만, 학생 주임 시라소니(이혁재)만은 학교의 기강이 흐려졌다며 불만을 품는다. 그러던 중 실라오고에서 1년에 단 하루뿐인 교내 축제가 다가오고, 지영은 태요(하석진), 재성(박준규), 명섭(하동훈)과 함께 뮤지컬 공연을 준비한다. 공연이 성황리에 끝난 뒤, 도서관에서 수상한 기미를 포착한 시라소니는 두 남녀가 관계를 맺고 있는 현장을 덮치고, 범인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지영이 공연 때 신었던 빨간 구두를 발견한다. 다음날 학교에는 태요, 재성, 명섭 중 한명이 지영과 잤다는 소문이 퍼지고, 시라소니는 범인 색출에 나선다.

<누가 그녀와 잤을까?>는 눈에 띄는 제목만큼이나 노골적인 영화다. <몽정기>의 조감독 출신으로, <누가 그녀와 잤을까?>로 데뷔 기회를 잡은 김유성 감독은 여러 가지 면에서 <몽정기>와 꼭 빼닮은 영화를 들고 나왔다. 남학교를 배경으로 성욕을 분출하지 못해 안달난 남자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 걸쭉한 성적 농담과 화장실 유머가 난무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섹시한 교생이 성적 판타지의 대상이 된다는 점. 다른 것이 있다면 바로 ‘결정적 사건’의 여부다. <누가 그녀와 잤을까?>는 야릇한 판타지를 마지막까지 몰고 간 지점을 영화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누가 그녀와 잤다’를 이미 전제로 깔고 시작하는 영화 속에서 학교는 소년들이 하릴없이 성적 환상을 꿈꾸는 공간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능력을 겨루는 경기장이 된다. 교생을 유혹하는 학생들은 경쟁 관계에 놓인 선수들이거나 레이스를 지켜보는 관중이고, 교사는 범인 색출을 통해 승자를 명명하는 심판관과도 같다.

용의선상에 놓인 3명의 과거를 차례대로 오가며 진행되는 영화는 일종의 추리극 형식을 취한다. 결정적 단서를 유예한 채 진행되던 이야기는 결말에 이르러서야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데, 이는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의 반전이자 질문 자체를 무화하는 반전이다. 요란한 레이스의 끝에 존재하는 것은 스캔들의 이면에 다른 진실이 존재했으며, 무심코 던진 말들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를 받게 마련이라는 소박한 교훈이다. 표현 수위와 선정성 여부를 놓고 18세와 15세 등급을 오가던 영화는 재심 끝에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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