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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B급 정치스릴러, <할로우 맨2>
김도훈 2006-11-14

투명인간이 지나치게 투명한 나머지 도통 볼 게 없다.

H. G. 웰스의 소설을 각색한 제임스 웨일의 <투명인간>(1933) 같은 고전을 제한다면, 폴 버호벤의 <할로우 맨>(2000)을 투명인간의 공포를 가장 쓸 만하게 재현한 장르영화라고 치켜세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비록 평단과 관객의 반응은 미지근했지만, 폴 버호벤의 작품은 전형적인 버호벤식 장르영화의 묘미를 지닌 양질의 오락거리였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에 실패한 투명인간 케빈 베이컨의 살육은 음침하고 섹슈얼한 기운을 담고 있었고, 물과 증기 등으로 살짝살짝 내보이는 투명인간의 특수효과는 당대 최고의 기술진들이 성취한 업적이었다. 그러나 전편으로부터 6년이 지나 개봉하는 <할로우 맨2>는 제목 말고는 버호벤의 전작과 별 상관이 없다.

주정뱅이 박사가 파티장에서 살해당한다. 수사 중이던 형사 터너(피터 파시넬리)는 들이닥친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수사권을 빼앗기고, 대신 살해당한 박사의 동료인 생물학 박사 매기(로라 리건)의 경호를 맡게 된다. 그러나 매기와 터너는 자신들이 투명인간을 잡기 위한 미끼라는 것을 금세 눈치챈다. 모든 것은 ‘침묵의 기사’라는 국방부의 투명인간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일이었고, 도주 중인 투명인간 마이클 그리핀(크리스천 슬레이터)은 투명인간의 부작용을 치료하기 위해 매기가 개발한 완충제를 찾아 헤맨다. 곧 마이클은 매기를 찾기 위해 매기의 여동생 헤더를 인질로 잡고, 터너와 매기는 국방부로부터 도망치는 동시에 그리핀을 막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만 한다.

표면상으로 보자면 <할로우 맨2>은 폴 버호벤의 전작과 이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전작의 후광을 업고 저렴하게 만들어진 이 비디오 대여용 프랜차이즈 속편에서 전작의 재미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할로우 맨2>는 그저 평범한 B급 정치스릴러와 투명인간이라는 소재를 엉성하게 버무려놓은 이야기이며, 특수효과는 6년 전의 전작과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에 머무른다. 전편의 주인공 케빈 베이컨이 인체를 한겹 한겹 해부하듯이 피부와 근육조직과 뼈를 허공에 내보이며 사라지던 무시무시한 장면 같은 것은 전혀 없다는 뜻이다. 대신 <할로우 맨2>를 채우는 것은 길거리에서 뭔가에 부딪힌 것처럼 나가떨어지는 사람들과 야간용 비디오 뷰파인더 속에 얼핏얼핏 잡히는 투명인간의 흐릿한 형체들이다.

영화 내내 목소리로만 존재하던 크리스천 슬레이터는 마지막에서야 흉측하게 일그러진 모습을 잠시 내비치며 불쌍하게 죽는다. B급 비디오용 배우로 내려앉은 한때의 청춘스타가 제 모습을 찾으려 기를 쓰는 투명인간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조금 서글픈 농담처럼 느껴진다. 마음이 안쓰러운 팬들도 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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