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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다는 액션에 치우쳐진 영화 <해바라기>
이다혜 2006-11-22

어디선가 가족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오태식

가석방된 한 남자가 고향으로 향한다. 그는 술을 마시면 칼도 피도 두려워하지 않는 주먹을 지닌 태식(김래원). 태식이 괴롭혔던 민석은 경찰이 되었고, 태식의 부하였던 양기(김정태)와 창무(한정수)는 시의원이자 지하조직을 움직이는 조판수 회장(김병옥)의 심복이 되었다. 양기와 창무는 태식의 귀향 소식에 긴장하지만 태식은 해바라기 식당 아줌마 덕자(김해숙)를 찾아가 조용하게 살려고 한다. 태식은 술도 마시지 않고 싸움도 하지 않고, 카센터에 일자리를 구한다. 덕자는 태식과 피가 섞이지 않은 사이지만 태식을 친아들처럼 맞아들인다. 하지만 덕자와 덕자의 딸 희주(허이재)와 함께 평범한 행복을 찾던 태식에게 폭력조직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해바라기>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투사부일체>의 각본을 쓴 강석범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피가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애를 발견하는 드라마와 코미디 그리고 강렬한 액션이 두루 섞인 <해바라기>는 그가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을 겸했던 전작들의 맥을 잇는다. 마음잡고 평범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태식이 조판수가 이끄는 조직의 희생양이 되고 결국 다시 주먹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다. 태식이 교도소에서 10년을 보내는 동안 감방 동료로 만난 수학선생에게 수학을 배워 미적분을 잘한다는 설정이나, 온몸을 뒤덮은 문신을 지우려고 병원에 간 태식이 겪는 에피소드는 <해바라기>에 웃음을 불어넣는다. 덕자가 태식을 친아들처럼 보살피게 된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과 태식의 변화 과정은 가족간의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해바라기>의 절정은 덕자와 희주를 위해 조판수 회장의 무리와 맞장을 뜨는 액션신에 있다. 신재명 무술감독이 진두지휘한 ‘오라클 나이트클럽 신’은 인정사정 없는 강렬한 액션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같은 여러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낸 커다란 그림은 오히려 불명확하다. 가족간의 사랑에 빠져들려고 하면 웃게 하고, 액션에 집중하려고 하면 가족애가 튀어나오는 데다가, 태식의 옛사랑으로 등장하는 박은혜를 비롯한 몇몇 인물은 난데없어 보인다.

조판수 회장 아래서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양기와 창무를 연기한 김정태와 한정수, 그리고 태식의 어머니를 연기한 김해숙의 연기는 크게 흠잡을 데가 없다. 아쉬운 점은 호두과자 먹기, 목욕탕 가기 같은, 교도소에서 할 수 없었던 사소한 일들을 적은 수첩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올바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태식 역의 김래원이 두각을 보이는 대목이 드라마보다는 액션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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