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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정혜>의 능동적 버전 <아주 특별한 손님>

자아를 찾아 떠나는 하룻밤의 이상한 여정. <여자, 정혜>의 능동적 버전

<아주 특별한 손님>은 <여자, 정혜>로 데뷔하여 크게 호평을 얻은 바 있는 이윤기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자아를 회복하는 여자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여자, 정혜>와 유사한 테마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 영화는 조금 더 이질적이며 다층적인 요소들이 개입하면서 진전된 방식으로 자유로워졌다.

<아주 특별한 손님>은 일본의 다이라 아즈코가 쓴 단편소설 <멋진 하루>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자(한효주)가 있다(그녀의 이름은 보경이지만, 우리가 그 이름을 알게 되는 것은 영화의 끝에 가서다). 어떤 남자 둘이 다가와 그녀에게 “명은이”가 아니냐고 집요하게 묻는다. 그녀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그 남자들을 강하게 뿌리치지 않는다. 급기야 남자들은 여자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게 된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한 아저씨가 지금 죽어가는데 오래전 집을 나가 도시로 간 그의 딸이 당신과 너무 닮아 착각한 것이라며, 오늘 하루라도 자신들과 함께 마을에 가서 지금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아저씨에게 딸 노릇을 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제안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지만 여자는 그 제안을 받아준다. 처음의 이 초반부는 팽팽한 미스터리 구조로 진행된다. 영화는 명은이로 오해된 여자가 왜 이 위험한 여정에 올랐는지 설명하기보다, 그 여정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데 더 관건을 둔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여자는 몰려든 마을 사람들의 소란 속에 파묻힌다. 그 와중에 명은의 방에서 잠시 그녀의 체취를 느껴본다. 결국 아저씨는 죽고 여자는 서울로 돌아온다. 차에서 내린 그녀는 “제 이름은 보경이에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남긴다.

이윤기의 전작들이 갖는 특징처럼 <아주 특별한 손님>은 어떤 자극적인 요소에 기대기보다 세밀한 감정적 추이들을 그려내는 필치가 돋보이는 영화다. 그러나 그 안에는 매우 복잡한 관계들이 생겨나게 되는데, 보경이 명은의 대역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자아를 회복하는 데 이른다는 것이 그중 가장 큰 것이다. 영화는 크게 여정을 떠나는 길, 마을에서의 일, 서울로 돌아오는 길 등 세 시퀀스로 나뉘어져 있으며, 시퀀스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견지하며 세개의 정서가 하나로 묶인 듯한 중층적인 느낌을 심어준다.

특히 영화는 원작과 달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점 몇 가지를 나름대로 바꿨고, 그것들이 이 영화의 감정적 실마리를 보장하는 지점이 되고 있다. 몇 가지 단점, 예컨대 여전히 평면적인 남자 캐릭터나 주인공 보경에 대한 애매한 신상 묘사 등 지적할 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 정혜>나 <러브 토크>에 비해 훨씬 이질적이고 자유로운 음색을 지닌 영화가 탄생한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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