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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영화 저작권과 관객의 볼 권리

타이영화 <더 포시블> <디어 다칸다>, 이두용 감독 <최후의 증인> 등 저작권 문제로 대중의 관람 기회 박탈

지금 타이 극장에서는 시간여행 뮤지컬판타지 <더 포시블>(The Possible)이 상영 중이다. 영화는 자신들을 차트 순위 정상에 올려준 팬들에게 인색했던 1969년의 한 거만한 콤보밴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프라카농 극장에서 공연 중 마법의 마이크를 시험 삼아 써보다가 미래로 오게 된다. 그런데 2006년의 프라카농은 포르노 극장으로 변해버렸고, 나이든 단골 고객들은 자기네가 보통 보는 상영회가 과거로부터 불어온 이들 때문에 방해받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더 포시블>은 자국에서 성공하면서도 좀더 넓은 아시아 관객에게 호소할 만한 특징을 가진 코미디와 멜로드라마의 제작 공식을 완성해온 GTH라는 회사의 최신 작품이다. 2005년 가장 강력한 작품은 학생과 간호사간의 사랑스러운 러브스토리를 다룬 <디어 다칸다>(Dear Dakanda)였다. 이 영화 속에는 동화 <어린 왕자>가 인용되고, GTH는 영화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프랑스 출판사로부터 저작권을 허가받았다.

<더 포시블>은 <디어 다칸다>만큼 만족을 주진 않는다. 영화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래퍼 조이 보이를 주연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캐스팅을 갖췄고, 그 시대에서 온 귀에 딱 꽂히는 음악, 당시를 환기시켜주는 프로덕션디자인, 그리고 하이 컨셉 구상을 갖췄다. 그렇지만 컨셉의 잠재성은 결코 시나리오에서 발현되지 못했다. GTH의 ‘G’는 ‘그래미 레코드’의 약자를 나타낸다. 어쩌면 이 관계 때문에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영화에서 그려진 순수의 시대부터 최근 몇 십년 동안 음악산업이 겪어온 변화들을 탐구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디어 다칸다>처럼 <더 포시블>은 아마도 저작권 제한으로 인해 타이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다. <디어 다칸다>는 프랑스 출판사로부터 특별허가를 받은 뒤에 이탈리아와 일본의 두 작은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더 포시블>을 해외에서 상영하고자 하는 영화제나 배급사는 영화 속에 타이어 가사로 재해석한 1960년대 오리지널 음악의 저작권을 쥐고 있는 미국 음반사와 협상을 해야 하는 악몽 같은 복잡한 절차들을 겪어야 할 것이다. <디어 다칸다>와 <더 포시블>은 특별한 경우다. 대부분의 타이영화는 수출을 못하게 하는 특정 제한이 없다. 올해 타이에서 40편이 넘는 새로운 장편영화가 영어자막과 함께 극장상영을 했다. 그중 여러 작품들이 액션과 호러 장르를 채택했고 해외 세일즈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국내 개봉 이후 다시는 공개적으로 상영되지 않을 것이다. 국내 홈비디오 출시에서 영어자막을 배제하는 업계의 전반적인 정책은 이 영화들이 사실상 세계 영화사에서 사라짐을 의미한다. 이것은 타이영화만의 상황은 아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이두용 감독의 스릴러 <최후의 증인>(1980) 프린트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의 한 영화제가 이 작품을 2008년에 상영하기를 원하지만, 영상자료원은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프린트를 대여해주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는 마치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세계 영화사의 손이 닿지 못하는 곳에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있다. 다른 영화들은 원제작자의 자손들이 영화제가 경제적으로 감당하지 못할 상영료를 요구하기 때문에 금고에 묻혀 있다.

만약 스크린쿼터에 대한 영화업계의 주장처럼 영화가 경제의 일반적인 원리들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문화적인 산물이라면, 영화를 경제의 검열로부터 보호하는 특별 권리들을 관객에게 양도해야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대중이 영화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저작권자는 우발적인 저작권 침해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는 것일지도. 어쨌든 <최후의 증인> 저작권자가 이 칼럼을 보신다면 제발 손을 들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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