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공연
판화로 들어온 추상미술 거장의 원초적 예술
김유진 2006-12-28

<장 뒤뷔페 판화전> 2007년 1월28일까지 | 공근혜 갤러리 | 02-738-7776

아방가르드 운동이 전쟁을 야기시킨 가치체계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과 마찬가지로, 1940년대 전세계로 퍼진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추상미술 역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나타난 미술의 경향이다. 미국에서 잭슨 폴록이나 윌렘 드 쿠닝의 추상표현주의가 뜨겁게 달아오를 때, 프랑스에서는 비정형이라는 뜻의 ‘앵포르멜’이 프랑스 추상미술의 한 경향으로 명명되었다. 그 선구자로 손꼽히는 사람이 바로 장 뒤뷔페. 이성과 정형성에 반대한다는 철학을 가진 그는 ‘원초적 예술’(L’art brut)을 선보이며, 자신의 세계에 대해 어떤 이성적 판단이나 해석을 거부하였다. 이러한 뒤뷔페의 작품들이 결과적으로는 원초적인 예술을 표방한 채, 화사하고 보기에만 좋은 이미지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일었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바로 이러한 점이 뒤뷔페의 작품들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규모의 전시 <우를루프 정원>전에서 그의 작품에 매력을 느꼈다면, 소규모의 판화전도 찾을 만하다. ‘마티에르’로 표현되는 물질·재료 등에 대한 뒤뷔페의 관심에 주목해왔다면 회화작업보다 매력이 떨어진다고 느끼겠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자체에 매료되었다면 감상해도 충분하다. 희귀본으로 꼽히는 <Moucheur>(1944) 등 1940년대 단색 판화 작품부터, 땅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던 50년대 작품들, 전성기 작품으로 꼽힐 만한 우를루프 연작의 이미지들을 반영한 <Cite ambulante>(1972), 그리고 작업 말년의 미르 시리즈 <Libre cours>(1984)까지 활동시기 전반에 걸친 작품을 구비해놓은 이번 전시는 <우를루프 정원>전에 다녀왔던 사람들이라면 자유롭고 열정적인 거장의 작업을 흥미롭게 즐길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