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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의 방귀 교향곡에 일본 침몰! <노다메 칸타빌레>
정재혁 2006-12-29

만화는 숨을 쉰다. 말풍선과 말풍선 사이에서, 칸과 칸 사이에서, 대사와 효과음 사이에서, 의미의 숨을 내쉰다. 흑백의 그림 속엔 색채를 입지 못한 음성들이 들숨으로 나돌고, 그 위엔 형태만 갖춰 입은 동작들이 날숨으로 포개진다. 만화는 음소거의 장르인지라 항상 귀가 외롭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 나름의 재미를 주지만, 그와는 또 별개로 소리의 유혹도 남긴다. 특히 음악을 소재로 하는 만화라면, 주인공의 음성이 독특하다면, 이 유혹은 배가 된다.

‘백독불여일청’(百讀不如一聽), ‘신비스러우면서 육감적이고, 슬픔과 꿈의 조화가 감미로우며, 힘찬 구성에서 스며나오는 영혼의 느낌이 인상적인’ 쇼팽의 <야상곡 9번>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기껏해야 전라도 사투리 정도로 번역되는 일본 명랑 소녀의 말투도 영 내키지 않는다. 그냥 ‘혼모노’(진짜)가 필요한 상황, 사실 만화의 영상화는 외로운 귀가 꾸며낸 오감만족 프로젝트인지도 모른다.

<후지TV>의 게쓰쿠 주자

나노미야 도모코의 인기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가 드라마로 제작됐다. 10월16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일본 <후지TV>의 2006년 4분기 ‘게츠쿠’ 작품. 일본에선 월요일 오후 9시에 편성된 드라마를 ‘게쓰쿠’(월9)라 부른다. 이는 <동경 러브스토리> <롱 바케이션> <러브 제너레이션> <프라이드> 등의 드라마를 월요일 9시에 편성해 대히트를 기록한 <후지TV> 사례에서 비롯된 말. 지금도 <후지TV>의 게쓰쿠는 시청률이 높기로 유명하며, 배우들에겐 ‘후지 게쓰쿠 입성’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다.

12월17일 현재 9화까지 방영, 2화분만을 남겨두고 있는 <노다메 칸타빌레>는 1회 시청률 18.2%를 시작으로 평균 18%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4분기에 시작한 드라마 중에서는 시바사키 고우와 아오이 유우가 함께 출연한 <닥터 고토의 진료소>에 이어, 구사나기 쓰요시가 자폐아를 연기하고 있는 <내가 걷는 길>, 중2 소녀가 임신하는 줄거리로 화제가 된 <14세의 어머니>와 함께 2위권이다. 드라마 방영과 함께 시부야구 하라주쿠에는 드라마 속 노다메의 방을 컨셉으로 한 레스토랑 ‘노다메 드 카페’가 문을 열었고, 2007년 1월부터는 <후지TV>에서 <노다메 칸타빌레> 애니메이션이 방영될 예정이다.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와 블로그를 통해 드라마를 접한 국내 네티즌 사이에선 <노다메 칸타빌레>가 올해 4분기 드라마 중 최고의 인기작이 되고 있다.

<노다메 칸타빌레>는 모모카오카 음악대학생들의 성장담을 담은 ‘음악 청춘물’이다. 제목의 노다메는 주인공 노다 메구미의 애칭이며, 칸타빌레는 ‘노래하듯이’란 뜻의 음악용어다. 만화는 노래하듯이 연주하는 피아노과 2학년생 노다메를 중심으로, 노다메가 한눈에 사랑에 빠진 ‘초(超) 엘리트’ 피아노과 3학년생 치아키 신이치, 록의 정신을 계승해 바이올린을 켜는 중화요릿집 ‘우라켄’의 아들 미네 류타로, 치아키사마를 사모하는 아프론 머리의 오까마 팀파니 주자 오쿠야마 마스미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꿈과 사랑, 고민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린다. 악보를 보지 않고 작곡하듯 연주했던 노다메는 조금씩 음표와 마주하는 법을 배우고, 악보만이 정답이며 자기를 제외한 학생들은 모두 엉터리라고 생각했던 치아키는 조금씩 노다메 스타일에 빠져든다.

드라마는 원작의 줄거리를 충실히 좇아가는데, 연출을 맡은 다케우치 히데키 감독과 각본을 담당한 에토 린은 현재 16권까지 발행된 원작 만화에서 앞의 9권만을 골라 하나의 작은 결말을 만들어낸다. 어릴 적 비행기 사고의 기억으로 비행기 공포증을 갖게 된 치아키(다마키 히로시)가 노다메(우에노 주리)의 체면 치료법으로 다시 비행기에 탈 수 있게 되고, R(별표)S 오케스트라의 크리스마스 연주회에 맞춰 노다메와 치아키의 사랑이 완성되는 것. 드라마에서 치아키가 유학을 위해 혼자 유럽으로 갈지, 노다메와 함께 갈지, 유럽행을 포기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12월4일 <후지TV> 오락 프로그램 <스마스마>(SmapXSmap)에 출연했던 우에노 주리의 말에 의하면 어찌됐든 해피엔딩이 될 거라고 한다. 꺄오~.

일본은 1년을 네개의 쿠루(시즌)로 나눠 거의 모든 방송사가 새로운 드라마를 동시에 시작한다. 또 한국에선 주 2회 방영이 일반적인 것과 달리 일본 드라마는 주 1회 방영이 보통이다.

노다메 스타일의 실사화

<노다메 칸타빌레>는 소리가 가장 궁금했던 만화다. ‘노다메어(語)’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말투가 특이한 노다메는 다른 어떤 만화의 주인공보다도 목소리가 듣고 싶었던 캐릭터. 매회 빠지지 않고 나오는 클래식 연주는 모자란 음악 지식으로 짜맞춰 감상하더라도, 입술을 삐죽 내밀고 중얼거리는 듯한 노다메의 목소리는 말풍선으로 감상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꺄오~’, ‘히야~’로 시작하는 괴성과 간사이 지방 사투리와 경어를 오가는 노다메 특유의 말투는 직접 청취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요소다.

드라마에서 노다메를 연기한 배우는 국내에서 <스윙걸즈>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로 알려진 우에노 주리. 실제로 간사이 지방 출신이기도 한 우에노는 지극히 만화적이지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 노다메를 완벽한 동영상으로 구현해낸다. 고민에 빠져 식욕이 없을 땐 고양이 등을 한 채 터벅터벅 걷고, 자고 있는 치아키에게 몰래 키스를 했을 땐 스커트를 팔랑거리며 ‘휙~’ 하고 달아난다. 난처한 상황에서 양쪽으로 눈치를 보며 대화를 하는 모습은 다람쥐나 햄스터류의 작은 동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녀의 매력은 기괴하면서 귀엽고, 더러우면서 친근하며, 추접스러우면서 사랑스럽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사는 치아키를 놓고 노다메와 신경전을 벌이는 마스미(고이데 게이스케)와 노다메에게 홀딱 반한 오보에 주자 쿠로키(후쿠지 세이지)의 대화. 꽃을 들고 노다메를 찾아온 쿠로키는 노다메를 “귀엽고 솔직하고 밝고 상냥하며, 복장은 청초하고, 말투는 곱고 가련”한 여자라고 수식하지만, 치아키사마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전쟁도 서슴지 않는 마스미에게 노다메는 “성격은 무신경하고 뻔뻔하며, 며칠이나 같은 옷을 입고 괴성을 지르는 이상한 여자” 혹은 “언제나 원피스를 입는 건 갈아입기가 편하기 때문이고, 경어체는 사투리를 숨기기 위한 것이며, 주식은 다른 사람의 도시락, 샴푸는 사흘에 한번, 방은 쓰레기통”, 그리고 “돌연 망구스가 되어 춤추기 시작”하는 변태 여자다. 확실히 노다메의 방은 한달 전에 끓여놓아 시커멓게 변해버린 크림스튜와 곰팡이 핀 쌀밥,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난 버섯으로 엉망진창이지만,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고타쓰(일본의 탁상용 난방기구)처럼 따뜻한 공간이기도 하다.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는 사실 2005년 10월 <TBS>의 금요 드라마로 기획됐었다. 당시 노다메 역에는 우에노 주리가, 치아키 역에는 인기 댄스그룹 V6의 오카다 준이치가 캐스팅됐으며, 연출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의 이누도 잇신 감독이 하기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오카다 준이치의 소속사 쟈니스가 치아키의 역할을 노다메 못지않은 비중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V6가 드라마 주제가를 부르는 조건으로 <TBS>쪽과 합의를 했다. 하지만 뒤에 이를 알게 된 원작자 니노미야는 드라마 제작을 없었던 일로 하자고 주장했고, 이어서 <TBS>의 드라마 기획은 무산됐다.

에로오야지의 뻥과 만화 캐릭터로 변주된 진심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이야기는 순진해서 표현하기 부끄러운 진심과 이를 감추는 귀여운 농담으로 진행된다. 치아키는 극중에서 몇번의 깨달음을 얻지만 드라마는 교훈을 설파하지 않는다. 치아키가 극도로 무시하고 경멸했던 S오케스트라로부터 감동을 받는 부분. 이 대목을 ‘귀여운 농담’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세계적인 지휘자 슈트레제만(다케나카 나오토)은 학교의 ‘떨거지들’로 S오케스트라를 만든 뒤 지휘를 치아키에게 맡겨버린다. 자신은 가부키초의 마사지 클럽에 예약이 있다는 것. 피아노과에 재학 중이지만 지휘자를 목표로 하는 치아키는 지휘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지휘봉을 들지만, 성에 차지 않는 단원들의 연주에 매일 고함만 지른다. 콘마스(콘서트 마스터)인 미네(에이타)는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 주법을 응용해 바이올린을 켜고 있고, 단원들은 악보를 보지 않고 멋대로 연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치아키 집에 쳐들어온 노다메는 치아키의 기분을 풀어준다며 만화영화 <프리고로타>를 보자고 한다. <프리고로타>는 우주를 지키려는 주인공과 이를 방해하는 악당 카즈오가 화해에 이르는 이야기. 노다메는 지나가는 말로 “치아키 선배는 카즈오와 닮았어요”라고 하고, 치아키는 여기서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이후 치아키는 미네의 아이디어와 S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장기를 살려 연주를 만들어내고, A오케스트라를 상대로 한 경쟁 정기연주회에서 가볍게 승리를 거둔다.

‘떨거지’와 마사지 예약, 카즈오 등 가벼운 농담처럼 흘러가는 이 대목의 진심은 다음과 같다. 슈트레제만이 모은 S오케스트라 단원은 떨거지가 아니라 ‘노다메과’의 학생들이다. 이들은 모두 악보를 보기보다는 자신의 느낌대로 연주하길 즐긴다. 또 슈트레제만이 S오케스트라 지휘를 치아키에게 맡긴 건 클럽의 예약 때문이 아니라 치아키가 노다메과 학생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노다메의 험담은 치아키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다. 여기서 다소 낯뜨거운 진심은 귀여운 만화 캐릭터, 능청스러운 에로 오야지의 뻥, 엽기적인 망상으로 전달된다. 노다메는 “지금까지 사겨본 적이 없는 사람과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슈베르트 곡을 콩쿠르 준비곡으로 선택하고, 슈트레제만은 치아키를 제자로 삼은 이유를 “치아키와 함께라면 클럽에서 난파(헌팅)하기 좋아서”라고 말한다. 즉, <노다메 칸타빌레>는 진심에 가벼운 코믹 분장을 한 채 말을 건다. 치아키가 어릴 때 겪은 비행기 사고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장난감 비행기로 재현되고, 노다메가 어린 시절 피아노 선생님에게 맞은 기억은 부채 선생과의 방귀체조로 표현된다(노다메는 피아노 레슨 시간에 쇼팽, 베토벤이 아닌 자신이 만든 ‘방귀체조’ 노래를 연주하며 논다). 농담과 진심 사이에서 <노다메 칸타빌레>의 재미가 재생되는 셈이다.

다케나카 나오토는 독일 사람? 세계적인 지휘자 슈트레제만을 연기한 배우는 <쉘 위 댄스> <으랏차차 스모부>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일본의 국민 코미디 배우 다케나카 나오토. 그는 독일인 지휘자를 연기하기 위해 코에 실리콘을 덧붙이고, 하얀 장발의 가발을 쓴 채, ‘슈미마솅’류의 ‘도이치 재패니즈’를 구사하고 있다. 에로 ‘오야지’의 변태스러움과 지휘자의 카리스마를 동시에 풍기는 몹시 냄새나는 캐릭터.

콘트라베이스를 등에 업은 소녀

3화에 등장하는 가난한 소녀 사쿠라의 에피소드는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농담과 진심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가난한 소녀 사쿠라는 사실 결코 가난하지 않은 학생이다. 교통질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매번 연습에 지각하고,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다니며, 노다메가 친구들의 도시락을 훔쳐 먹는 것과 달리 기한이 지난 편의점의 도시락을 훔쳐 먹지만, 이는 바이올린 마니아 아버지가 고가의 악기를 사느라 집의 돈을 모두 탕진했기 때문이다. 사쿠라의 집은 으리으리한 저택이며, 가구엔 차압증서가 붙어 있지만 모두 고가의 수입 제품이고, 숨겨진 방에는 10억원을 호가하는 바이올린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결국 노다메와 치아키, 미네는 사쿠라의 아버지를 설득하고, 사쿠라는 생활의 안정을 되찾는다. 한국영화 <다세포 소녀>가 소녀에게 가난 인형을 업혔던 것처럼 <노다메 칸타빌레>에선 소녀에게 콘트라베이스를 업힌다. 사쿠라의 뒷모습은 멀리서 보면 마치 콘트라베이스가 걸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다세포 소녀>에서 인형이 가난에 대한 일종의 표식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콘트라베이스는 가난 그 자체다. 사쿠라의 아버지는 사쿠라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길 바랐다. 하지만 사쿠라는 콘트라베이스를 택했고, 아버지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바이올린을 그냥 사재기만 했다. 여기서 가난은 철저히 콘트라베이스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사쿠라가 콘트라베이스를 업고 걸어가는 데에는 농담 이상의 진심이 담겨 있다. ‘걸어 다니는 콘트라베이스’ 자체가 가난한 상황에 대한 설명은 물론, 원인과 해결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다세포 소녀>의 인형이 가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것과 대조된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농담은 진심에서 시작되고, 진심은 농담의 옷을 입고 표현된다. 유치할 정도로 솔직해서 부담없는 진심, <노다메 칸타빌레>는 클래식에 맞춰 방귀체조를 하는 변태드라마다. 꺄악~.

카즈오쿤은 노다메의 세컨드? 극중에서 노다메가 사랑해 마지않는 남자 카즈오는 만화 <프리고로타>에 등장하는 캐릭터. <프리고로타>는 원작에 나오는 만화책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만화다. 하지만 <후지TV>에서 <노다메 칸타빌레>를 제작하면서 <프리고로타>의 일정 부분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고, 그것이 드라마에 사용됐다. <프리고로타>를 제작한 스탭은 1월 <후지TV>에서 방영될 애니메이션 <노다메 칸타빌레>의 제작진이라고.

음악은 노다메 방귀체조와 함께

<노다메 칸타빌레>는 무엇보다 음악드라마다. 베토벤 교향곡 7번으로 드라마의 문을 열고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로 문을 닫는다. S오케스트라, R(별표)S 오케스트라의 연주회 장면을 포함해 매회 상당량의 장면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이뤄지며, 극중 흐르는 음악은 인물의 감정을 은유한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음악을 맡은 사람은 핫토리. 핫토리는 일본 드라마 음악이 팝 음악 중심으로 돌아가던 90년대, 처음으로 드라마에 클래시컬한 오리지널 곡을 사용했던 사람이다. 일본에서 요즘처럼 드라마의 O.S.T 앨범이 판매되기 시작한 것도 핫토리 이후. <노다메 칸타빌레>의 경우 드라마 제작과 동시에 ‘노다메 오케스트라’가 결성됐으며, 이들은 드라마의 연주장면에서 노다메, 치아키, 미네 등의 연주 동료로 등장하고 있다. 더불어 ‘노다메 드 카페’에서는 노다메가 방영되는 매주 월요일을 ‘노다메 데이’로 지정, 노다메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노다메 오케가 직접 연주한 곡들로 구성된 <노다메 칸타빌레>의 O.S.T도 1월 정식 발매를 앞두고 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음악은 ‘노래하듯이’ 흘러간다. 치아키가 새로운 곡에 도전할 때에는 곡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뒤따르지만, 노다메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는 ‘슈베르트가 쇼팽이 되고, 쇼팽이 베토벤이 돼도’ 나무라지 않는다. 그래서 <노다메 칸타빌레>의 인물들은 진로와 재능 사이에서 고민하고, 과거의 꿈 사이에서 방황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단순하지만 통쾌하고, 유치하지만 진심어린 이야기. 딱딱하고 정형화된 클래식 음악을 끌어와 말랑말랑한 ‘모찌’처럼 반죽해놓은 솜씨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묘미이자, 일본 드라마의 재치다. 최소한 <노다메 칸타빌레>는 세상에서 가장 신나고 유쾌한 베토벤 교향곡을 들려준다. 청춘의 열기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조리하며, 촌스러운 속마음을 능청스러운 코미디로 양념하는 솜씨. 노다메의 크림스튜도 이런 맛이 아었을까. 방귀체조의 위력은 바로 여기서 100만 볼트 이상이 된다, 꺄오~.

노다메는 실존인물? 만화책 <노다메 칸타빌라>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항상 ‘취재에 협조해주신 OO씨, 감사드립니다’란 문구가 있다. 실제로 <노다메 칸타빌레>는 철저한 취재에 의해 탄생한 작품. 니노미야 도모코는 어느 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 한장을 보고 작품을 구상한다. 사진은 온갖 짐들이 널브러진 방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여자의 충격적인 모습. 사진의 주인공은 음대를 졸업한 뒤 피아노 강사를 하고 있는 노다 메구미다. 이후 니노미야는 노다와 전화 통화를 하며 만화의 줄거리를 다듬었고, 어떤 대목에서는 노다가 전화로 피아노 연주를 들려줬다고. 그렇다면 방귀체조도?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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