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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2006년 일본영화, 25년 만에 외화에 흥행 역전 노린다

2006년 일본 영화계는 2005년에 비해 흥행작 수가 많았다. 이 현상은 연초부터 시작되었는데, 우선 2005년 12월에 개봉하여 2006년까지 이어진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 박스오피스 수익 110억엔으로 마의 100억엔대를 돌파했고, 일본영화로는 2005년 12월 개봉해 역시 2006년까지 이어진 <남자들의 야마토>가 51억엔, 이어서 1월에 개봉한 <더 우초텐호텔>이 61억엔을 기록하면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흥행 행렬은 이에 그치지 않고 5월 대박흥행의 바통을 이어받은 <다빈치 코드>가 91억엔을 기록, 일본영화 역시 이에 질세라 전통의 강자 <후지TV>와 도호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Limit of Love 우미자루>가 71억엔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올리면서 상반기 최고의 일본영화 히트작이 되었다. 2005년의 박스오피스 외화랭킹 1위였던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의 92억엔과 일본영화 1위를 기록했던 <교섭인 마쓰시타 마사요시>의 42억엔과 비교하면 그 심상치 않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외화 랭킹 2위를 기록했던 <우주전쟁>의 60억엔과 비교해도 상반기에만 비슷한 수준의 히트작이 <Limit of Love 우미자루>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더 우초텐호텔> 3편이나 등장한 것이다.

작품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일본에서 흔히 히트작의 기준으로 말하는 박스오피스 수익 10억엔 이상을 기록한 영화는 이렇게 해서 상반기에만 총 24편이 나왔는데, 이중 15편이 일본영화다. 세계에서도 전통적으로 자국영화 점유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이지만 사실 근래 들어 점유율로 외화를 앞선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영화 강세를 후반으로까지 이어가면서 어쩌면 2006년은 실로 25년 만에 일본영화의 점유율이 외화를 앞지를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후반기에는 전통적인 초대박 영화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의 바통을 이어받은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게드전기>가 74억엔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기록하면서 2006년 최고의 히트작으로 떠올랐고, 6월에 개봉하여 28억엔의 성적을 올린 <데스노트>의 탄력을 받아 11월에 개봉한 <데스노트: 라스트 네임> 역시 50억엔대를 깨며 4위에 랭크되었다. 현재까지 집계된 바로는 2006년 박스오피스 수익 50억엔을 넘은 일본영화는 총 6편, 여기에 20억엔 이상을 기록한 작품도 9편이나 된다.

이러한 일본영화 강세는 와이드 릴리즈 개봉작에만 머물지 않고 이른바 미니시어터 개봉작이라 불리는 단관계 작품으로도 이어져 <사가의 무서운 할머니>(6억엔), <갈매기식당>(5억엔), <불침번>(4억엔), <마미야 형제>(4억엔) 등이 외화를 따돌리고 상위에 랭크되었다. 일본영화 강세와 관련하여 2006년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사건은 워너재팬의 <데스노트> <데스노트: 라스트 네임>의 배급이다. 이전에도 할리우드 직배사의 일본영화 배급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데스노트>의 전세계적 성공은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 직배사가 일본영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도 있지만 이들은 강력한 작품군을 무기로 다른 배급사에 비해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흥행작 증가 이면에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영화 관계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일본영화 강세라기보다는 도호영화 강세라는 일면 부정적인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작품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TV방송국의 적극적인 영화제작 참여로 근래 들어 확실히 2시간짜리 TV 스페셜 드라마 같은 영화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일본영화의 라인업이 갈수록 TV드라마 편성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사가 TV방송국의 하청사와 같은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고 좀더 다양하고 개성있는 일본영화의 배출을 위해서는 영화계 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성어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는 와이드 릴리즈의 대규모 개봉과 미니시어터(단관)의 소규모 개봉 사이에 미니시어터 확대라 불리는 중규모 개봉 영화가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제작·배급사로 시네콰논과 아스믹에이스를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나름대로 TV방송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노선의 일본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회사다. 2006년 일본 아카데미 10개 부문을 수상한 시네콰논의 <훌라걸스>(이상일 감독)는 호평에 힘입어 약 170개 스크린에서 개봉하여 현재 15억엔(추정치)의 박스오피스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TV방송국의 출자도 없고 원작도 없는 이런 작품의 경우는 현 일본 영화계의 상황을 감안할 때 많은 벽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박치기!> <아무도 모른다> 등의 작품으로 나름의 실적을 남긴 시네콰논의 이봉우 대표는 일본 영화계가 이러한 양질의 중규모 작품들이 20억엔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일본영화의 미래를 조심스레 낙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행히 연말 영화관에는 도호의 작품이 아닌 쇼치쿠의 <무사의 체통>과 도에이의 <오오쿠> 1. 에도성에서 쇼군의 정실과 측실이 거처하던 곳. 2. 궁중의 깊숙한 곳)라는 두편의 사극 일본영화가 박스오피스 상위에 올라 있다. 12월1일 개봉한 야마다 요지 감독,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무사의 체통>은 이미 박스오피스 수익 20억엔을 넘어섰다. 이러한 메이저사간의 경쟁구도는 일본영화 전체를 위해서는 좋은 현상으로 해석된다. 2007년은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라고 할 수 있는 단카이 세대가 대거 정년을 맞이하는 해라고 한다. 한국에 비해 비교적 중·장년층 영화관객이 많은 일본 영화계가 2007년에는 좀더 다양한 작품으로 좀더 다양한 관객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2006년 일본영화 흥행수입 상위 작품(** 12월 개봉작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작품/배급사/개봉일/흥행수입(엔) 게드전기/도호/7월29일/76억5천만 Limit of Love 우미자루/도호/5월6일/71억 더 우초텐호텔/도호/1월14일/60억8천만 데스노트: 라스트 네임/워너/11월3일/55억 일본침몰/도호/7월15일/53억4천만 남자들의 야마토/도에이/*12월17일/50억9천만 포켓몬스터 어드밴스 제네레이션~/도호/7월15일/34억 도라에몽 노비타의 공룡 2006/도호/3월4일/32억8천만 눈물이 주룩주룩/도호/9월30일/30억6천만 명탐정 코난 탐정들의 진혼가/도호/4월15일/30억3천만 데스노트/워너/6월17일/28억5천만 내일의 기억/도에이/5월13일/22억 트릭 극장판2/도호/6월10일/21억 현청의 별/도호/ 2월25일/20억8천만 기사라츠 캣츠아이 월드시리즈/아스믹에이스/10월28일/20억 폭풍의 밤에/도호/*12월10일/18억8천만 아기여우 헬렌/쇼치쿠/3월18일/17억3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