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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거미 샬롯의 아기 돼지 구명 대작전!

<샬롯의 거미줄> 뉴욕 시사회

E. B. 화이트가 글을, 가스 윌리엄스가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한 52년작 <샬롯의 거미줄>은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4500만권이 판매됐으며, 23개 국어로 번역된 대표적인 동화책 중 하나다. 미국 내에서는 대부분 어릴 적 부모님이 잠자리에서 읽어주거나 직접 읽었을 만한 동화책이기 때문에 무척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샬롯의 거미줄>은 지난 73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뒤 33년이 지난 지금에야 실사로 제작됐다. 새 작품의 감독 개리 위닉과 꼬마 소녀 펀 역의 다코타 패닝이 가장 걱정한 것이 “누구나 아끼고, 사랑하는 이 작품을 망칠까봐”였다고. 하지만 특수효과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원작에 충실하게 제작된 새 <샬롯의 거미줄>은 아기 돼지 윌버와 거미 샬롯 사이의 아름다운 우정을 할리우드의 과장됨을 배제한 채 소박하고 순수하게 그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아기 돼지 윌버는 태어나자마자 죽음의 위기를 넘긴다. 어미 돼지가 지나치게 새끼를 많이 낳아 덩치가 작은 윌버에게까지 돌아갈 젖이 없었던 것. 목장 주인인 존은 가망이 없는 윌버를 처리하려 하지만, 어린 딸 펀의 만류로 윌버를 살려준다. 그러나 윌버는 곧 펀이 애완용으로 키우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져버려 목장을 운영하는 친척집으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윌버는 거위와 젖소, 말, 양, 쥐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에게 자그마하고 징그럽다고 따돌림을 받던 거미 샬롯과 친구가 된다.

그러나 돼지의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것. 목장 동물들은 봄에 태어난 돼지가 그해 겨울을 넘기기는 힘들다고 한다. 자신이 곧 식탁 위에 오를 것을 알게 된 윌버는 샬롯에게 자그마한 소망을 고백한다. “겨울에 내린다는 예쁜 눈을 한번 보고 싶어”라고. 샬롯은 친구를 위해 거미줄에, 윌버를 ‘비범한 돼지’로 사람들에게 알려 생명을 구할 수 있을 만한 단어와 문구들을 써나간다.

호주 빅토리아에서 촬영한 <샬롯의 거미줄>은 CGI를 최소한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영화 속 대부분 장면은 실제 동물들의 모습이다. 위닉 감독에 따르면 실사 효과를 내기 위해서 CGI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샬롯과 쥐 템플턴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실제이고, 또 실제 동물에게 CGI가 사용된 경우는 말하는 입 모양과 아기 돼지 윌버가 신나서 뒤로 뛰어넘는 모습, 말이 쓰러지는 장면 등 극히 일부분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실제 동물의 출연 횟수가 늘어나 이에 따른 문제도 많았다고. 호주에는 동물을 반입할 경우 6개월간 검역소에 격리되는 엄격한 법규가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 훈련시킨 동물을 전혀 반입할 수 없고, 모든 동물과 트레이너들을 호주에서 직접 찾아야 했다. 여기에 주인공인 윌버는 매일 1파운드씩 몸무게가 늘어나는 동물이라 수많은 아기 돼지가 필요했다고 한다. 위닉 감독은 “윌버 역의 돼지들은 총 47마리”라며 “사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라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많은 돼지들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작품에 이용됐던 돼지들은 절대로 도살장에 보낼 수 없다는 배우들과 스탭의 의견에 따라 모두 안락한 가정에 입양(?)됐다.

동물 배우(?)들의 연기를 트레이너들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영화들이 4∼5테이크로 끝나는 한 장면당 촬영이, <샬롯의 거미줄>의 경우엔 테이크가 아닌 필름 릴의 개수로 계산한 촬영길이를 기준으로 의사 소통했다고. 관계자들에 따르면 평균 한 장면당 150개 테이크로 보면 쉽다고 한다.

하지만 <샬롯의 거미줄>의 제작 중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 곳은 동물들의 목소리를 맡은 슈퍼스타들의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것도, 동물들의 연기를 카메라에 담기 위한 장시간 촬영도 아니었다고. 샬롯의 ‘거미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CGI와 방대한 촬영 푸티지의 편집이었다. 각각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다고. 거미줄은 플라스틱이나 낚싯줄처럼 보이지 않고, 햇볕을 받을 때나 바람에 흔들릴 때, 그리고 샬롯이 거미줄을 칠 때 등 다양한 모습과 환경 등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샬롯의 거미줄>에는 아역배우 중 가장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는 다코타 패닝이 출연하는 것은 물론, 엄청난 수의 할리우드 스타들이 성우로 출연했다. 차분하고 정감있는 목소리로 윌버를 늘 격려해주는 자상한 샬롯 역에는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하며, 투덜대면서도 샬롯이 거미줄에 쓸 단어를 찾아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쥐 템플턴 역에 스티브 부세미 등이 열연했다.

이외에도 거위 거시 역에 오프라 윈프리, 거시의 남편 골리 역에 세드릭 디 엔터테이너, 보수적인 양들의 우두머리 사뮤엘 역에 존 클린스, 거미를 무서워하는 말 아이크 역에 로버트 레드퍼드, 냉소적인 젖소 빗지와 벳지 역에 캐시 베이츠와 레바 메킨타이어, 허수아비 때문에 먹고픈 옥수수를 먹지 못해 성이 난 까마귀 브룩스와 엘윈 역에 토머스 헤이든 처치와 안드레 벤자민 등 목소리 출연진은 화려한 이름들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선 <샬롯의 거미줄>이 모두에게 의미있는 동화책이었기 때문이라고. 두 번째는 탄력성있는 촬영 스케줄 덕에 거의 모든 배우들의 스케줄에 맞춰 진행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줄리아 로버츠는 쌍둥이를 출산한 직후 <샬롯의 거미줄>을 제안받아 안성맞춤이었다. 프로듀서 조단 커너는 “샬롯 역은 매우 강하고 고집이 세며, 강인하고 현명하며, 동시에 사랑스러워야 했다”며 “막 출산한 줄리아는 이 모든 구성요소를 잘 겸비했고, 표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부세미와 레드퍼드, 처치, 벤자민 등의 코믹한 연기가 눈에 띈다. CGI로 만들어진 템플턴 역의 부세미는 그래픽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함께 부세미 특유의 투덜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잘 맞아들어가 재미를 더했다. 레드퍼드의 아이크 역과 처치의 브룩스, 벤자민의 엘윈 등의 역할은 조연이지만 재치있는 유머가 가득한 장면들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아이크는 거미공포증을 가진 말로 평소에는 큰소리를 치다가 샬롯을 보면 기절하거나, “제발 저리 가라”고 애걸한다. 브룩스와 엘윈은 허수아비가 한눈팔기를 기다리다 지치고 배가 고파 단어가 쓰인 신문조각을 찾으러 나선 템플턴을 괴롭히다가 오히려 골탕을 자주 먹는다.

한편 <샬롯의 거미줄>은 탄탄한 배역진을 비롯,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과 <올챙이> 등을 감독한 위닉이 메가폰을 쥐고,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조지 오브 정글> 등을 제작한 조단 커너가 프로듀서를, <에린 브로코비치>를 쓴 수재나 그랜트와 <치킨 런> <제임스 앤드 더 자이언트 피치> 등을 쓴 캐리 커크패트릭 등이 각본을 맡아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원작을 충분히 반영시킨 작품을 선보여 평론가들과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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