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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파시즘을 통한 베르톨루치의 정치적·예술적 탐구
ibuti 2007-01-05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에게 1930년대는 애증의 시대다. 부르주아 문화에 대한 매혹과 파시즘 유산의 청산과 심판 사이에서 그가 느끼는 현기증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을 기초로 한 <거미의 계략>에서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을 각색한 <순응자>로 넘어온다. 동성애와 살인과 연결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인해 자신을 유별난 존재로 생각하는 마르첼로는 평범한 삶을 원하는 남자다. 그래서 중산층 여자와 결혼하고 파시스트 정권에 순응하지만, 신혼여행지인 파리에서 반파시스트 지도자인 옛 은사를 암살하라는 비밀경찰의 지령을 받는다. 주인공의 시점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상상 사이를 오가는 <순응자>는 베르톨루치 영화의 반복되는 주제인 ‘정치·성·사회관습에 대한 저항·정체성의 탐구’를 집약해놓아 그가 칼 마르크스와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장 뤽 고다르의 아들임을 증명한 작품이다. 파시즘의 야만성과 저열함을 <순응자>의 후반부만큼 잘 보여준 영화는 아마도 없을 텐데, 관객을 향한 마르첼로의 마지막 눈길 속에 그가 찾은 진실이 비친다. 그는 보통 사람 중 하나일 뿐이며, 죄에 동참하는 건 그와 같이 나약한 존재인 보통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비극적인 시간을 통과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순응하며 살았노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후회가 그들의 비열함을 지우지는 못한다. <파트너>를 머리의 영화로, <거미의 계략>을 삶의 영화로 생각한 베르톨루치는 <순응자>가 영화와 삶으로부터 나온 작품이길 원했다. 그에 따라 <순응자>의 두뇌를 채우는 게 정치성이라면, 몸을 장식하는 건 1960년대 이탈리아영화의 예술적 성취들이다.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카메라는 아르데코 양식 사이를 유영하고, 색채와 의상, 빛과 그림자에 갇힌 존재들은 불안의 형식 안에서 배회한다. 2005년 초에 베르톨루치의 데뷔작 <냉혹한 살인자>가 DVD로 나온 뒤, 세 번째 작품 <파트너>와 마르코 벨로키오, 장 뤽 고다르,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등과 함께 만든 옴니버스영화 <애정과 분노>가 출시를 이었고, 2006년 말 <순응자>와 <1900>(315분 판본)의 DVD가 드디어 선보였다. 여기에 오래전 출시된 <혁명전야>을 더하면 베르톨루치 초기영화 DVD는 대략 구색을 맞춘 셈이다(자막이 지원되는 <거미의 계략> DVD는 아직 찾지 못했다). <순응자> DVD는 미국 개봉 당시 삭제된 ‘맹인들의 축하연’ 장면을 복원한 판본을 수록했으며, 베르톨루치와 스토라로와의 인터뷰 등으로 구성된 삼부작 다큐멘터리(39분)를 부록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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