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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 독자에게] 새해 영화계에 바라는 다섯 가지

1. 천만 영화는 이제 그만

영화계 관계자들이 화낼 소리인지 몰라도 관객 1천만명을 넘는 영화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1천만 관객 시대는 영화계에 대한 환상을 키우는 데 일조했고 덕분에 적지 않은 돈이 충무로로 들어오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천만 영화가 2편이나 나온 2006년, 수많은 영화사들이 빚더미에 올랐다. 터지면 왕창 벌지만 한편이 1천만명을 동원하는 동안 20여편이 적지 않은 손해를 보는 것이다. 영화계의 빈익빈 부익부는 대한민국 부의 양극화처럼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과연 이대로가 좋은 것일까. 한 영화가 1천만명을 동원하는 대신 5편이 200만명씩 동원하는 것이 부의 분배, 배급질서의 확립, 관객의 정신건강 등 모든 면에서도 나을 것이다.

2. 서울아트시네마의 재정안정

<씨네21>이 지난해부터 시네마테크 살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서울아트시네마의 형편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호소문을 계속 보내고 있다. 이 같은 호소를 외면해도 되는 것일까? 시네마테크가 없다면 우리는 좋은 영화를 가늠할 좌표를 잃어버릴 텐데도. 시네마테크를 살릴 지혜를 모아보자. 지혜로 안 되면 돈도 모으자. 우리가 바로 시네마테크를 지켜낸 사람들, 이라는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3. 100만 관객 넘는 독립영화 탄생

본격적인 상업영화들도 수없이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들에겐 잘하면 천만 영화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다. 그러나 독립영화는 잘해도 10만명 넘기 힘들다는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게 현실이다. 막대한 마케팅비를 동원하는 시장에서 돈도 없고 스타도 없는 영화들이 설 자리는 비좁다. 이런 열악한 상황을 타개할 묘책은 없는가? 이상적인 것은 독립영화도 흥행작을 내는 것이다. 100만명이 넘는 영화가 한두편 나온다면 독립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멀티플렉스한테 큰 관 안 주면 프린트 못 준다고 버티는 가진 자의 여유, 한번 누려보자.

4. 부가판권 시장 확대

지금 한국 영화산업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비디오, DVD, TV 등 부가판권의 비중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극장에서 손해를 본 영화가 부가판권을 팔아서 흑자로 돌아설 수 없다는 것은 너도나도 극장흥행에 목숨을 거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VOD처럼 새로운 부가판권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극장에 오래 걸리지 못한 영화들이 DVD나 VOD처럼 다른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사례가 생긴다면 영화산업의 안정성에 막대한 도움이 될 것이다. 다큐멘터리 <비상>, DVD 10만개 판매, VOD 인기프로 등극, 이런 뉴스라면 어찌 반갑지 않으리.

5. 김기덕 감독 컴백

지난해 은퇴를 선언한 김기덕 감독이 신작 <숨>을 만들고 있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한국 개봉을 추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참담한 흥행성적에 네티즌의 비난까지 더해져 김기덕 감독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국내 개봉을 할 것인가 여부는 감독이자 제작자인 김기덕 본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므로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없다. 하지만 개인적 소망은 올해 극장에서 <숨>을 보는 것이다. 외국의 어느 영화제가 아니라 국내에서 여러분과 함께.

P.S. 새해를 맞아 컬처잼 지면에 ‘김혜리 기자의 밑줄긋기’ 코너를 마치고 ‘이다혜 기자의 장르문학 일러두기’를 시작한다. 또한 20자평 필자로 김혜리, 정한석 기자와 김지미, 남다은 영화평론가, <한겨레21> 신윤동욱 기자가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