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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다양하나 삐걱거리는 이야기 <부그와 엘리엇>
정재혁 2007-01-03

애완동물은 무사히 숲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으로 봉합된 이야기가 삐걱거린다.

정해진 그릇에 담긴 식사를 하고, 간식으로 비스킷을 먹으며, 라테로 입가심을 하는 부그(마틴 로렌스). 그는 양변기가 아니면 볼일을 보지 않고, 차고 안의 전용 침구가 아니면 잠도 자지 않는 일종의 애완곰이다. 몸무게는 900파운드가 넘는 거구지만, 사육사인 베스(데보라 메싱)의 ‘으르렁’ 소리에도 놀라는 새가슴. 그러나 자신의 장기인 댄스 쇼를 선보이며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사건은 ‘야생’에서 온 사슴 엘리엇(애시튼 커처)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사냥꾼 트럭에 네발이 묶여 잡혀온 엘리엇을 구해준 부그는 그것이 계기가 되어 가출을 하고, ‘야생의 생활이 초코바보다 더 달콤하다’는 꾐에 속아 야생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애완곰의 야생 생활 체험기. 영화는 순탄치 않은 부그의 여행길을 통해 인간 세계와 동물 세계 사이에서 길을 잃은 한 동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물과 인간, 인간과 동물 사이의 ‘관계’를 소재로 한 최근의 애니메이션들은 문명을 활용하는 동물, ‘애완동물’이란 울타리 안에 갇힌 동물의 행복 등 이전과는 색다른 주제를 내비친다. 올 여름 개봉했던 <헷지>는 인간의 문명(토지개발)에 맞서기 위해 인간의 문명을 무기(식량털이)로 삼는 동물들의 반격 이야기이고, <마다가스카>는 동물원 안에서 곱게 자란 동물들이 정글에 보내지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담이다. <부그와 엘리엇>은 먼저 개봉한 두 애니메이션의 이야기 구조를 적절하게 섞어낸다. 부그에게 인간의 문명이 만들어낸 이기는 너무나 만족스럽지만, 야생 생활에 대한 ‘유전적’ 향수는 또 다른 문제다. 결국 영화는 사냥 시즌을 맞아 사냥꾼들과의 한바탕 격돌을 마친 뒤, 고민의 빠진 부그를 고향으로 돌려보낸다. <헷지> <마다카스카>와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버무리는 재료는 다양해졌지만, 결말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셈. 그래서 그 결말은 다소 불편하다. 고향에 돌아간 부그는 볼일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초코바 금단 현상은 잘 참아낼 수 있을까? 애완동물의 혼란스러운 내면은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을까. 부그를 다시 숲으로 돌려보내기엔 영화가 늘어놓은 과제가 다소 무겁게 느껴진다.

소니픽처스가 2002년에 설립한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창립작품인 <부그와 엘리엇>은 2006년 9월 미국에서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총 8천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4년의 제작기간을 걸쳐 만들어진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3D로 정교하게 구현된 동물들의 생동감. 고슴도치, 토끼, 스컹크, 오리 등 각각의 개성이 골고루 반영된 동물 캐릭터와 1억6천개로 이뤄진 부그의 털은 보는 재미를 준다. 부그와 엘리엇을 각각 연기한 애시튼 커처와 마틴 로렌스의 목소리 연기도 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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