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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브라더스> 임순례 감독의 신작 <여자 핸드볼>(가제)
김수경 사진 오계옥 2007-01-09

보라! 아줌마 선수들의 투혼

임순례 감독의 <여자 핸드볼>(가제)은 2004년 여름 아테네올림픽에서 전 국민을 울린 여자핸드볼 대표팀 이야기다. 1035개 실업팀을 보유했고 올림픽 3연패에 빛나는 덴마크 대표팀과 단 다섯개의 실업팀뿐인 한국 대표팀의 대결은 90분의 정규 경기, 두번의 연장,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절체절명의 승부 끝에 36 대 38로 덴마크가 승리했다. 이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 임오경, 조성옥 선수를 주인공으로 한 인간극장 <히로시마의 두 여자>가 만들어졌다. 그걸 본 MK픽처스 심재명 이사는 전격적으로 영화화를 결심한다. 당시 임순례 감독은 <무림고수>를 준비 중이었다. <무림고수>가 캐스팅에 어려움을 거듭하자, 심 이사는 임 감독에게 “<여자 핸드볼>을 만든 다음 <무림고수>를 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나현 작가가 쓴 <여자 핸드볼> 초고를 읽은 임 감독은 “다른 사람들이 심지어 ‘네가 직접 쓴 게 아니냐?’고 되묻을 정도로 내 전작들의 정서와 가까웠다”고 판단했다. <여자 핸드볼>은 임순례 감독이 직접 쓰지 않은 시나리오로 만드는 첫 번째 영화다.

<여자 핸드볼>은 30대 중반의 노장 여자선수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여자 핸드볼 올림픽 2연패의 주역이자 다섯살짜리 아이의 엄마 미옥은 남편의 사업 실패로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린다. 미옥의 동료 혜경은 일본 실업 핸드볼에서 화려한 선수 생활을 마치고 한국 여자대표팀 감독대행이 되어 귀국한다. 미옥을 팀으로 불러들이는 혜경. 혜경은 젊은 선수들의 반발과 과거 동료들과의 불화가 겹치며 감독대행에서 낙마한다. 혜경의 남자친구였던 승필이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하고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경기력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팀 내 갈등과 집안 사정으로 미옥은 팀을 무단이탈한다. 혜경의 노력으로 미옥이 돌아오고, 두 사람은 마지막 올림픽경기를 치르기 위해 아테네로 향한다. <여자 핸드볼>의 ‘아줌마 선수’들은 이렇게 “생활고, 감독과의 불화, 세대간 갈등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면서도 공을 절대로 손에서 놓지 않는다.

잘 만든 스포츠영화는 드물다. 제작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자 핸드볼>은 세계 최초의 핸드볼영화다. 임순례 감독은 “비교대상이 없다. 축구, 야구, 농구는 물론 배구도 <아이언 레이디>라는 영화가 있는데 핸드볼은 수많은 일본 만화에서조차 다루지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익숙한 구기종목과 달리 “경기 룰이나 경기에 대한 관객의 인지도가 낮은 점도 어려움”이라고 임 감독은 말했다. “핸드볼 공의 종류가 세 가지라는 것”도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알지 못한다. 다행히도 핸드볼 관계자들은 임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선수는 물론이고 감독들까지 고무적인 지지를 해주셔서 공부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임 감독은 말했다. 그는 웬만한 핸드볼 동영상은 모두 시청했기에 공격과 수비의 전술도 대부분 숙지한 상태. 임순례 감독은 “요즘은 경기를 보다가 ‘거기서 그렇게 하면 안 되지!’라는 반응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캐스팅도 만만치 않다. 핸드볼은 주력, 체력, 지구력을 모두 요구하는 매우 격렬한 구기종목이다. 매번 올림픽을 대비하는 태릉선수촌의 불암산 크로스컨트리에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이 상위권을 싹쓸이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남자배우와 달리 신체적인 훈련 부담이 만만치 않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처럼 혼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화도 아니다”는 임 감독은 “<와이키키 브라더스>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한명에게 시선이 쏠리는 영웅담보다는 여러 인물에게 눈길을 주는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고 덧붙였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통해 당시 신인에 가까웠던 황정민, 박해일, 류승범, 오광록, 이얼 등을 단기간에 주연급 배우로 견인한 임 감독의 배우에 대한 예리한 감식안을 고려하면 <여자 핸드볼>은 여배우들에게도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여자 핸드볼>은 주인공 한명이 현재 거의 내락된 상태. 캐스팅을 기다리며 임 감독은 세밀한 경기장면 콘티를 준비하고 있다. “CG, 정교한 콘티, 카메라워크 등을 철저히 준비해서 배우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여자 핸드볼>은 1월 중 캐스팅을 마무리하고 5월쯤 촬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체력훈련이나 기본동작을 연습해야 하기 때문에 리허설과 훈련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임순례 감독의 결심은 굳건하다. “당연히 드라마가 중심이지만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스포츠장면이 디테일하게 실감나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스포츠영화가 가진 역동성이나 박진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관객이 경기 중 선수의 동작이나 몸 상태를 실감할 수 없다면 <여자 핸드볼>은 영화적으로 실패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계획대로 아테네 현지 로케이션과 결승전 경기장면 등을 수행한다면 <여자 핸드볼>은 개성있는 군상극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장르적으로도 여성 주연의 스포츠영화라는 전인미답의 영역을 성취하는 작업이다. 임 감독은 <여자 핸드볼>을 통해 “열악한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를 극한으로 밀고 나가 한계에 가까운 상황을 극복하는 인간으로서의 투혼과 투지, 그것을 위해 흘리는 땀 한 방울이나 호흡 한점을 남김없이 쏟아내는 모습이 주는 카타르시스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한다. 힘과 개인기를 앞세운 유럽 핸드볼에 맞서 “완벽한 연습을 통한 조직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던 한국여자핸드볼 대표팀처럼 영화 <여자 핸드볼>팀도 “한 인간이 어려운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과정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맹연습 중이다.

임순례 감독, 핸드볼과 만나다

임순례 감독은 인터뷰 중 임오경 선수가 직접 선물한 핸드볼공을 보여줬다. 방문에 걸린 임오경 선수가 슛을 날리는 포스터를 보며 “악력으로만 쥐는 게 아니라 액체로 된 송진을 바른다. 유럽 원정에 가면 국내보다는 더 진한 액체를 써서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고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화가 잘 안 되면 핸드볼팀 감독이나 시켜달라고 조를까?”라는 임 감독의 농담은 <여자 핸드볼>에 대한 꼼꼼한 준비에 대한 자신감을 엿보게 한다. 농구와 유사하지만 공수를 겸해야 하는 전술상의 차이와 포지션 문제를 임 감독은 꿰뚫고 있었다. 그는 “임오경, 조성옥 같은 스포츠 영웅을 비롯해 실제로 만난 선수들은 한결같이 밝고 긍정적이며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라며 “하지만 드라마를 위해서는 당당한 인물, 눈치없는 인물, 웃기는 친구 등 입체감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준비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임 감독은 “핸드볼 같은 종목은 선수층 자체가 두텁지 않아서 국가대표 선수로 뛰는 일은 현실에서도 거의 20년 넘는 세월을 함께 운동했다는 증거”라고 인물간의 관계를 설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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