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사람들
[스팟]영화로 돈 벌어서 좋은 애니 만들어야지
김민경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7-01-09

<허브>의 인트로 애니메이션 원화 작가 최경준 싹 엔터테인먼트 대표

인어 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데렐라가 구닥다리 동화책을 향해 입을 삐죽인다. 자기들이 왕자없이 혼자서 현실을 이겨나가지 못할 것 같냐고 당당하게 항변하는 공주님들이다. 영화 <허브>는 이 짤막한 애니메이션으로 문을 열며 주인공인 정신지체인 상은(강혜정)의 꿋꿋한 홀로서기를 살짝 예고한다. 3D나 플래시애니메이션이 더 익숙하게 느껴지는 요즘, 추억을 되살리는 셀애니메이션으로 동화 속 인물을 창조한 최경준 싹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만났다.

감독이 처음 주문한 애니메이션은 어떤 느낌이었는가. 처음엔 디즈니 고전 동화와 똑같은 그림을 원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저작권 문제가 있었다. 여러 동화책의 삽화를 참고하고 새로운 디테일을 더해 우리 디자인을 만들었다.

애니메이션 고유의 표현방식도 고민했을 텐데. 프레임 수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초당 12프레임, 24프레임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원래 컨셉은 고전 디즈니 동화처럼 더 차분하고 부드러웠지만, 너무 매끈해서 애니다운 느낌이 덜하더라. 완성본은 디즈니 애니보다 약간 튀는 듯한 느낌이 들 텐데 12프레임을 선택해서 그렇다.

처음으로 영화에 참여했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작업 방식의 차이 때문일 텐데, 상처를 받기도 했다. 감독님의 처음 구상은 애니에 영화 전체의 내용을 압축하도록 하는 거였다. 그런데 너무 많은 걸 담아놓으니 본편을 보는 재미가 반감돼 결국 많은 부분을 편집했다. 3분짜리 완성본이 1분20초로 줄었는데, 사실 그게 애니메이션 하는 사람 입장에선 좀 충격이었다. (웃음) 영화는 찍어놓고 편집에서 많이 들어내는 게 보통이지만 애니는 딱 스토리보드대로 필요한 만큼만 만들고 편집은 거의 하지 않으니까. 한 장면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도 많이 들고.

영화와 다른 애니의 매력은 무엇인가. 영화도 좋아하지만, 애니는 내가 세계를 창조하고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여기선 배우도, 공간도 계획하에 다룰 수 있으니까.

본인이 만들고 싶은 애니 작품은 어떤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애니 스타일은 <공각기동대>, 그리고 사토시 곤(<퍼펙트 블루>) 감독의 작품들이다. 그림체뿐 아니라 사건과 인물이 현실적인 애니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영화는 <살인의 추억> <괴물>인데 장르를 비틀며 다양한 주제를 녹여내기 때문이다. 애니도 그런 걸 했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애니 산업의 현실상 아직 어렵고.

앞으로도 영화에 참여할 생각이 있는가. 물론. 열심히 해서 돈 벌어야 좋은 애니 만들지. (웃음) 애니 하는 사람들도 그런 데 많이 참여하면서 스스로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최근엔 2월부터 MBC에서 방영될 <먹티와 샘샘>을 작업했다.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지금은 20~30대 여성 타깃의 코믹물을 기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