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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을 살짝 벗어난 일상의 맛, <녹차의 맛>
ibuti 2007-01-12

<상어 가죽 남자와 복숭아 소녀>와 <킬 빌>의 애니메이션 시퀀스를 연출한 감독의 영화제목에서 오즈 야스지로가 연상된다면 이상한 일이다. 역시 이시이 가쓰히토답게 영화는 소년의 머리에서 열차가 쑥 나오며 시작하고, 음차 없이는 못 사는 할아버지부터 커다란 분신으로 괴로워하는 손녀까지 모두 조금씩 괴상한 하루노가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녹차의 맛>은 어울리지 않은 제목 같았다. 그러나 신기한 캐릭터와 재기 넘치는 이야기를 지나 사람과 그들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는 결말에 이르러 <녹차의 맛>은 성숙한 영화가 된다. 물을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에 비유한다면 녹차의 맛을 만드는 건 평범함을 살짝 벗어난, 바로 하루노가 사람들의 어이없는 행위다. 그런데 떨떠름한 맛을 풍기는 그들의 생활을 쭉 따라가다 보면 녹차는 어느새 담백한 물과 같아지고 제자리로 돌아온 그들의 삶 또한 우리의 평범한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게다가 <녹차의 맛>은 드러내 말하지 않아도 물이 흘러간 시간, 바람이 스친 공기, 할아버지가 사라진 공간,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마음으로 전한다. ‘모두 노을을 보았다, 우주의 끝자락에서’란 <녹차의 맛>의 카피는 그 시간과 공기와 공간과 이야기를 누군가 그리고 무엇인가가 계속 채워나갈 것임을 말한다. 그러니 <녹차의 맛>이 일본의 계절과 맛을 찾다 자연으로 돌아간 오즈 야스지로의 인생과 영화를 기억하게 한다 해서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음성해설이 없으나 그외 부록이 알찬 DVD다. 메이킹 필름(91분)은 일반적인 메이킹 필름 사이사이에 감독의 변을 넣은 것으로서 작은 배역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아름다우며, 특별출연한 안노 히데아키, 구사나기 쓰요시 같은 유명인들의 인사말도 들을 수 있다. ‘칸에 초대된 <녹차의 맛>’(35분), 무대인사(17분) 등 나머지 부록 중엔 영화 속 애니메이션 <슈퍼 빅>의 완성판(3분)을 주목해야 한다. 다음 작품인 <나이스의 숲>의 엉뚱한 맛을 기막히게 예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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