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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영리하게 비튼 결말 <데스노트 라스트네임>
최하나 2007-01-10

천재들의 기막힌 두뇌게임. 숨바꼭질이 과하다보니 진이 빠진다

<데스노트 라스트네임>은 2006년 11월 국내 개봉한 <데스노트>의 말미를 잇는 후속편이다. 불과 2달 간격으로 잇따라 극장가를 찾은 <데스노트> 시리즈는 기획 단계부터 연속 개봉을 목표로 해 전편과 후편이 분할 제작되었다. ‘데스노트’란 이름을 적어넣는 것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신의 노트. 이를 이용해 범죄자를 처단하는 ‘키라’ 라이토(후지와라 다쓰야)와 그를 추적하는 탐정 L(마쓰야마 겐이치)의 숨바꼭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데스노트가 등장한다. 2번째 데스노트의 주인이 된 것은 키라의 열렬한 숭배자인 미사(도다 에리카). 그는 방송을 통해 ‘제2의 키라’를 자처하고 나서며 또 다른 살인을 시작한다.

TV드라마처럼 전편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데스노트의 룰을 하나둘 복습시키는 오프닝의 품새가 일러주듯 <데스노트 라스트네임>은 애당초 대단한 영화적 야심을 품지 않았다. 2천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원작 만화를 되도록 충실하게 스크린에 재현하는 것이 <데스노트>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원작의 가장 큰 매력은 데스노트의 복잡한 룰과 그것의 변칙적인 사용. <데스노트 라스트네임>은 교묘한 트릭과 반전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라이토와 L이 명목상 협조자의 관계로 ‘적과의 동침’을 시작하면서 극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제2·3의 키라가 등장해 사건의 그물망을 한층 복잡하게 엮어놓는다. 속고 속이는 게임이 지속되고, 속임수 자체를 위해 기억을 지우는 지경까지 사태가 나아가면서 <데스노트 라스트네임>의 반전 지수는 최고조에 달한다.

하지만 숨쉴 틈 없이 전개되는 트릭들은 <데스노트 라스트네임>의 약점이기도 하다. 총 12권 분량에 촘촘한 지문이 동반되었던 원작 만화를 2편의 영화로 압축하면서 반전에 따른 피로감도 증가했다. 강박적으로 느껴질 만큼 쉴새없이 이어지는 트릭들은 이미 원작의 뒤집기에 능통한 사람이 아니라면 쫓아가기가 힙겹다. 함정을 파놓고 그것을 폭로하는 화법은 관객의 두뇌를 자극하지만, 발견의 쾌감을 이끌어내기엔 그 호흡이 너무 밭고 거칠기 때문이다. 영화의 작은 미덕은 원작을 영리하게 비튼 결말을 마련해놓았다는 것이다. <데스노트 라스트네임>은 영화적인 재미나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기엔 연출도 연기도 허술하지만, 라이토와 L의 두뇌게임을 유희했던 팬들에게 영화만의 색다른 결론은 썩 나쁘지 않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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