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미국 평론가 케빈 토머스와 로라 컨이 본 <태풍>

멋진 대작인가? 실패한 멜로드라마인가?

케빈 토머스/ <LA타임스>

곽경택이 연출한 강력하고 액션 넘치는 핵무기 스릴러 <태풍>은 정치적인 편의에 희생된 무구한 사람들이 처한 고난에 관해 격렬하게 항의하는 데까지 진화해가는 영화다. 곽경택은 또한 남한과 북한 사이에 낀 이들의 고통, 그리고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참사를 덮어두려 했던 소비에트연방의 태도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재앙을 덮어두려는 정부의 과거 회귀적인 경향에 관해서도 신랄한 코멘트를 던진다.

의도한 것처럼 분절돼 있는 오프닝 시퀀스 때문에 <태풍>은 처음에는 스토리를 쫓아가기가 어렵고, 몇몇 디테일과 배경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모호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명의 주인공과 그들을 끌어안는 중심 플롯은 점점 제대로 정리되어간다. 도발적인 주제, 한국과 러시아와 타이 세트와 로케이션을 활용한 멋진 프로덕션디자인 모두에서 야심만만하고 인상적인 <태풍>은 먼 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관객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주는 멋진 대작이다.

북한에 살고 있던 최씨 일가 20명은 압제에 시달리는 모국에서 탈출해 중국으로 가고, 다시 남한으로 망명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베이징 주재 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 피난처를 찾는다. 그러나 1983년은 그들에게 최악의 시기였다. 중국과 남한의 관계는 해빙무드를 보이는 참이었고, 남한 외교관은 정부로부터 최씨 일가를 북한으로 돌려보내라는 압력을 받는다. 최씨 일가는 즉시 처형당하지만 어린 소년과 그의 누이는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남매는 헤어지고, 아름답지만 세파에 시달린 누이 최명주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병든 창녀가 되어 있다. 반면 그녀의 동생 명신은 현대의 해적이 되어 가족의 복수를 하겠다는 강박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명신과 그의 무리를 뒤쫓는 남한 해군 중위는 놀랍게도 자신의 적인 명신이 지닌 분노와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세명의 배우는 완벽한 캐스팅이고, 그들의 인상적인 육체적 존재감과 초상은 <태풍>에 감정적인 공명을 불어넣는다. <태풍>은 미국에서 개봉된 대부분의 한국영화보다 보편적인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로라 컨/ <뉴욕타임스>

장엄하고 마초 에너지가 분출하는, 격정적이지만 구태의연하기도 한 곽경택의 <태풍>은 배 위와 육지에 정교한 세트를 건설하여 한국과 러시아와 타이에서 촬영됐고, 기관총이 끝없이 불을 뿜고, 장면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쿵쾅거리는 음악으로 악당 혹은 영웅주의를 실어나른다.

영화는 세상을 향한 분노를 품고 있는 성난 탈북자 명신과 엄격하고 고지식한 해군 중위 강세종을 맞붙게한다. 강세종은 태풍이 불어오는 동안 풍선을 날려보내 북한과 남한 양쪽에 치명적인 화학무기를 살포하려는 명신의 계획을 저지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극악무도하고 부인할 수 없을 만큼 기묘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신은 오래전에 헤어진 누이를 다시 만나는 순간, 상처입기 쉬운 면모를 드러내보인다. 그럼으로써 신은 강세종뿐만 아니라 관객의 연민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생기없는 그의 적수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태풍>은 대망을 품고 있는 영화지만, 대부분의 경우 중요한 감정을 놓침으로써 다소 어색한 멜로드라마가 되어버린다. 그렇더라도 <태풍>은 잘 만들어진 액션 시퀀스가 나오는 동안에는 화려하고, 거의 즉각적으로 관객의 주의를 끌어당긴다. 그러나 결국에는 재빨리 잊혀지고 말 것이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