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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만난 친구 <로보트 태권V>
김현정 2007-01-17

30년 만에 만난 친구 태권V, 반가워야 할 텐데

태권도 세계 챔피언 김훈은 로봇을 연구하는 김 박사의 아들이다. 함께 연구하던 카프 박사는 세상을 저주하며 떠나버렸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김 박사는 홀로 연구를 계속해 거대 로봇 태권V를 완성해가고 있다. 그러나 로봇들을 이용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카프 박사는 인조인간 메리와 부하들을 보내 김 박사를 살해하고 태권V의 설계도를 훔쳐간다. 훈이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여자친구 영희와 깡통로봇 철이와 함께 태권V를 타고선 카프 박사의 소굴을 찾아나선다.

1976년에 개봉한 <로보트 태권V>는 70년대와 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들에게는 단순한 만화영화를 넘어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로보트 태권V 우주작전> <로보트 태권V와 황금날개의 대결> <슈퍼 태권V> 등으로 이어진 태권V는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V, 정의로 뭉친 주먹 로보트 태권V…”라는 주제가와 함께 언제나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2005년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되기도 했던 <로보트 태권V> 디지털 복원판은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이 빠져 있지만 3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오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름부터 추억에 잠기게 하는 훈이와 영희, 로봇만화영화의 클리셰로 자리잡은 깡통로봇, 세계정복의 야욕을 버리라는 김 박사에게 “이제 와서 구박하긴가”라며 토라지는 카프 박사, 대한민국 과학자는 다 김씨인가 궁금하게 만들었던 로봇공학분야의 선구자 김 박사 등은 언제 보아도 정겨운 캐릭터들이다.

문제는 <로보트 태권V>가 시간을 건너 30년 뒤로 내려올 수도 있는가이다. 건담 시리즈를 비롯한 일본 애니메이션과 픽사의 3D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예전처럼 태권V와 훈이를 흠모해줄지는 분명하지가 않다. 나이는 속일 수가 없기에 <로보트 태권V>는 동작이 어색하고, 선과 악의 구분이 지나치게 단순하며, 악당은 악당이라고 얼굴에 써 있다. 그러나 단순한 만큼 <로보트 태권V>는 시대를 타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로봇애니메이션치고 지구를 정복하려는 악당이 나오지 않는 작품이 있던가. 게다가 카프 박사는 못생겼다고 놀림받았다는 치졸하지만 가슴을 치는 이유로, 학계를 뒤로하고 떠나는 인물이다. V자가 적힌 커플티를 차려입고 “오늘 산책 즐거웠어”, “(대단히 진지하게) 내가 옆에 있어서 그래” 등의 대사를 주고받는 훈이와 영희도 어쩌면 귀여운 커플로 보일지 모른다. 설사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다 함께 일어나 박수치며 주제가를 불렀던 그 옛날 기억만큼은, 세월과 무관하게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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