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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모르는 동물들의 진짜 이야기 <신나는 동물농장>
정재혁 2007-01-17

인간은 가라, 두발 젖소의 좌충우돌 성장기

네발의 젖소가 두발로 걸어다닌다. <신나는 동물농장>의 공간 반야드 농장은 인간들이 모르는 동물들의 ‘진짜 모습’이 펼쳐지는 곳이다. 젖소, 돼지, 닭, 양, 생쥐 등 주로 초식동물로 이뤄진 농장 식구들은 농부 앞에서는 얌전한 척하지만, 농부가 잠이 들면 광란의 파티를 즐긴다. 특히 말괄량이 젖소 오티스(케빈 제임스)는 휴대폰을 사용하고, 땅쥐들이 가져다준 나이키 운동화에 눈독을 들이며, 사이다가 무한 제공되는 파티에 가는 등 아빠 벤(샘 엘리어트)이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서 한다. 인간들의 시선 너머에서 동물들만의 신나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셈이다.

반야드 농장의 가장 큰 명제는 ‘농장 내의 어떤 동물도 다쳐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장의 리더 벤이 울타리를 지킨다. 농장 내의 질서유지도 그의 임무다. 초식동물들로 이뤄진 농장이라 싸움이 일어날 요소가 많지는 않지만, 지나친 음주가무는 통제해야 할 대상이다. 더불어 울타리 밖의 코요테는 반야드 농장의 최대 위협 요소다. 결국 농장의 리더 벤은 코요테 무리와 싸우다 숨을 거두고, 광란의 파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농장 식구들은 비로소 벤의 빈자리를 깨닫기 시작한다.

철없는 아들 오티스와 묵묵한 아빠 벤. 영화는 한 농장을 중심으로 부자간의 애뜻한 사연을 풀어간다. 특히 벤의 죽음 이후 “사실 벤과 자신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이며, 벤이 자신을 데려다 기른” 거라고 말하는 오티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또한 인간을 완전히 배제한 채 진행되는 이야기는 동물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으로서 신선한 느낌을 준다. 농장 주인의 존재는 시종일관 무시되며, 악당으로 등장하는 동네 소년들도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를 위해 잠시 이용되고 만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영화는 정돈되지 않은 느낌을 준다. 다소 산만하게 편집된 에피소드가 이야기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들떠 있으며,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오티스의 고뇌 장면은 영화의 발랄한 리듬에 흠집만 낼 뿐 성장 이야기라는 영화의 축을 완성하지 못한다. 어린이 전문 케이블채널 니켈로디온에서 <지미 뉴트런>을 만들었던 제작진이 모여 만든 이 애니메이션은 파스텔톤의 색상과 곡선 사용으로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을 만들어낸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코요테 무리를 제외하면 이 영화에서 사랑스럽지 않은 캐릭터는 없을 정도다.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 수는 총 180마리. 오색찬란한 동물들의 모습이 싱그럽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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