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지저분한 유머와 슬랩스틱코미디 <벤치워머스>
정재혁 2007-01-17

루저들의 벤치 탈출기, 어이없이 승리한다.

허구한 날 콧구멍만 파는 신문배달 소년 클라크(존 헤더), 난쟁이 똥자루만한 키의 거스(롭 슈나이더), 게이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어리버리 리치(데이비드 스페이드). 남들이 재밌게 놀 때 벤치에 앉아서 엉덩이의 온도만 높였던 찌질이 3인방은 우연한 기회에 야구팀을 결성한다. 한때 야구선수였던 거스의 주도로 결성된 팀의 총인원은 고작 3명. 유일하게 홈런을 칠 수 있는 거스를 제외하면 이들의 경기는 어처구니가 없는 수준이다. 공과 함께 배트를 하늘로 날려버리는가 하면, 배트에 공이 살짝 스쳤다고 좋아하고, 연속 삼진을 당해도 “거스, 너가 홈런 한번 더 쳐”라는 말로 미안함을 아무렇지도 않게 덮어버린다. 이들의 훈련방식은 더욱 괴상하다. 스피드를 단련하기 위해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고, 민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뜨거운 감자를 맨손으로 던지고 받는다.

영화는 학창 시절 야구경기를 할 때 끼지 못했을 법한 인물들을 등장시킨 뒤, 그들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햇빛이 싫어 6개월째 방구석에만 처박혀 있는 호위(닉 스와슨)가 찌질이 3인방의 친구로 등장하고, 침을 덩어리로 튀기는 새미가 이들의 야구경기를 본 뒤 용기를 얻는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거스의 야구경기 제안 이후 조금씩 변해가고, 한 경기 한 경기 이길 때마다 자신감을 갖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체념했던 과거가 거스의 홈런 한방에 희망의 씨앗으로 변하는 셈.

애덤 샌들러가 공동제작을 맡고 롭 슈나이더가 주연으로 출연한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벤치 신세였던 루저들이 벤치를 벗어나 운동장 한복판에 우뚝 선다는 것. 그 과정에 배치된 갈등이나 시련도 매우 진부하며 도식적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특히 거스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자식이 왕따 당할까봐 두려워 아이를 갖지 못한다고 말하는 부분은 이야기의 완성도를 떠나 허탈감마저 준다. 대신 영화는 다소 지저분한 유머와 슬랩스틱코미디로 그 자리를 메우려 한다. 롭 슈나이더식의 코미디와 유쾌한 희망의 결말을 원한다면 아쉬울 게 없는 영화. 미국에서는 2006년 4월 가족 관객을 겨냥해 개봉했고, 개봉 주말 3일 동안 2천만달러 수입을 기록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관련영화